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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을 잇다 -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 이야기 ㅣ 섬과 섬을 잇다 1
하종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섬과 섬을 잇다’(이경석 외 다수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제목만 보고 여행도서나 토목 관련 도서라 생각하고 집었다가 놀라시는 분은 아마 있을 거라 봅니다.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 이야기`란 부제를 보면 아시겠지만 뉴스에서 한 번씩 언급했던 현장의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섬처럼 보이지 않지만 고립되어 있는 모습이 섬같아서인지 그런 제목이 붙었나 봅니다.
`섬과 섬을 잇다`는 글과 그림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록하는 `섬섬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만화가와 기고가들의 참여가 있었죠.
`섬과 섬을 잇다`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쌍용자동차
2. 밀양송전탑
3. 재능교육
4. 콜트·콜텍
5. 제주 강정마을
6. 현대차 비정규직
7. 코오롱
이들은 왜 섬처럼 떨어져 있을까요? 좀 민감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점점 외면받고 있는 사건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측이나 국가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대처하고 있고, 언론은 이를 각자의 잣대로 다루며, 모든 걸 접하는 우리들은 각자의 신념과 의견으로 나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죠. 사실 7가지 현장에서 폭력이 들어가 있지 않은 건 없습니다. 당사자들의 의견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이러한 현장을 목도해야 하는 게 슬퍼할 뿐이죠.
`섬과 섬을 잇다`는 만화로 사건의 경과를 보고 의견이 담긴 르포를 접하는 형식입니다. 7가지 현장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이라 읽는데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앞뒤 표지에 나와 있는 글과 함께 저만의 소개를 간단히 해볼까 합니다.
1. 쌍용자동차 (만화 이경석, 르포 이창근)
‘미안합니다, 정리해고 명단입니다.’ 2009년 5월 21일 직장에서 날아온 문자 하나. 2005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는 그 후 4년이 지나도록 약속한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 유출 의혹만 키웠다. 노조는 문제를 제기했고, 상하이차는 경영권 포기와 법정관리 신청으로 대응했다. 회사는 전체의 1/3이상을 감원하겠다며 저 문자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총파업으로 맞서지만, 정부의 경찰력 투입으로 77일간의 옥쇄파업이 인단락되었다. 그리고 5년째 싸우고 있다. 그동안의 스물다섯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언론에서 자주 다룬 덕에 친숙해진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외국 자동차 기업이 인수한 자동차회사지만 정작 주역인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당하자 이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일 잘 담아냈죠.
2. 밀양송전탑(만화 유승하, 르포 희정)
765kV 송전탑의 높이는 100미터가 넘는다. 35층 건물의 높이와 맞먹는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주변 땅은 고압전력의 영향으로 생명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의 들판 한 가운데 기어코 765kV 송전탑을 올린다. 자급률 190퍼센트인 영남의 전력을 자급률 1퍼센트인 서울로 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란다. 얼마의 돈을 공탁하고는 주민들을 밀어내며 공사를 강행한다. 그리고 그 맞은편엔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며 10년째 싸우고 있는 할매, 할배 들이 있다.
우리 동네 혹은 친척들이 사는 동네에 송전탑이 들어선다면 기분은 어떨까요? 평생 농사만 짓고 살다 송전탑 공사로 모든 걸 잃게 된 어르신들의 눈물겨운 저항을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전기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 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3. 재능교육(만화 김성희, 르포 하종강)
학습지 선생님들은 노동자일까? 학습지 회사에 소속되어 회사의 관리감독 아래 일하고 있는 그들을 일반 직장인과 구별할 근거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을 ‘특수고용노동자’라고 구별해 부른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우여곡절 끝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회사는 계속해서 노조를 흔들고 무시하고 위협한다. 애써 맺은 단체협약은 지키지 않는다. 길 위로 밀려나 싸우는 노동자들로부터 경찰은 회사를 보호한다. 그렇게 7년을 싸우다보니 처음의 그 마음으로 계속 싸우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든다.
도시에 산다면 흔히 볼 수 있는 학습지 선생님들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학습지 회사에 취직했지만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면서 4대 보험도 들기 힘들고,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올려준다고 하지만 정작 소식을 들을 수 없으며, 급여도 회사 시스템이라는 명목으로 깎인 채로 받는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갈등하는 바람에 따로따로 투쟁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담겨있습니다.
4. 콜트·콜텍(만화 마영신, 르포 이선옥)
부평의 콜트악기 사장은 노조가 거슬린다. 노조가 없는 ‘꿈의 공장’을 표방하며 대전에 콜텍악기 공장을 세운다. 하지만 콜텍에도 결국 노조가 생긴다. 그 사이 중국과 인도네시아에도 공장을 만들어 키워온 사장은 이제 국내 공장을 폐업한다. 공장에서 내쫓긴 노동자들은 8년째 싸우고 있다. 하지만 외롭지 않다. 뒤늦게 기타노동자들의 상황을 알게 된 뮤지션들이 이들을 지원하는 공연을 벌이고, 그간 기타를 만들기만 하던 노동자들이 직접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No Workers No Music, No Music No Life!
악기 하나로 큰 돈을 벌다 외국으로 공장으로 옮기면서 국내 공장을 위장부도로 폐업시킨 회사의 추악한 이면,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고 일하던 노동자들의 당황한 기색과 저항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악기를 만들기만 하던 노동자들이 직접 밴드를 결성해 악기를 다루는 모습까지. 영화로 다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슬프지만 유쾌하게 극복해나가려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5. 제주 강정마을(만화 김홍모, 르포 김중미)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추진된다. 1순위, 2순위 후보지였던 화순과 위미에서 주민반대가 거세 난항을 겪는다. 이때 갑자기 강정에서 해군기지를 유치하겠다고 나선다. 2,000여 명의 주민 중 오직 87명만이 모여 진행된 임시총회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뒤늦게 수백 명의 주민들이 회의를 다시 열어 유치에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구럼비 바위는 폭파되고 지금 강정 앞바다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바로 그 앞에서 여전히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싸워나가는 이들이 있다.
평화롭던 제주도의 한 어촌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구럼비 바위와 깨끗한 주변 환경을 싹 밀어버린 채로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싹트게 되는 아름다우면서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6. 현대차 비정규직(만화 김수박, 르포 서분숙)
2012년 가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최병승은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 천의봉과 함께 공장 앞 송전탑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대법원은 현대차의 시내하청 문제를 불법파견이라 판결했다. 이에 따르면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향후 신규채용시 시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한다.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지 10년, 아직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는 소수의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와 다수의 비정규직(하청업체 파견)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말 그래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측과 정규직 노조의 합의로 생겨버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벽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게 됩니다.
7. 코오롱(만화 박해성, 르포 연정)
회사는 전망이 없는 사업 분야를 정리하려 한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한다. 한계사업 정리는 인정하되 신규투자 등을 통해 고용은 보장하는 내용으로 노사합의를 이룬다. 조기퇴직을 유도해 감원도 하였지만 결국 사측은 약속을 깨고 정리해고를 단행한다. 2005년 5월 코오롱 정투위(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가 결성된 이유다.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상징하듯 노조원들은 성실하게 일했으나 해고되고 만 최일배를 노조의 대표로 뽑는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들과 대화하지 않는다. 코오롱 정투위가 10년째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가망없는 사업분야를 정리하고 관련 직원을 해고하려는 코오롱, 당연히 노동자들은 반발했고 협상으로 신규분야 고용보장을 얻어냅니다. 하지만 사측은 돌연 이 합의를 깨버리고 다시 정리해고를 단행합니다. 평생 회사만 바라보고 일했는데 갑작스런 해고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노동자들, 이들을 외면하는 사측. 양측의 팽팽한 대립이 이야기 곳곳에 묻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거리에 나가 싸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부추긴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갑작스런 대책에 항의하는 것뿐입니다. `섬과 섬을 잇다`는 이런 메시지를 은연중에 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섬처럼 고립된 이들을 이으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란 걸 직면하게 될지 모릅니다.
언론이나 카더라를 듣고 판단한 선입견으로 `섬과 섬을 잇다`를 읽다보면 뭔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모릅니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읽다보면 어느 새 마음 한구석에서 동정심이 들게 될 겁니다. 저도 어느 정도 그랬으니까요.
`섬과 섬을 읽다`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러분의 판단입니다. 부디 읽어보시고 이웃들의 외침에 옳은 판단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10년 넘게 거리에서 싸워본 적 있습니까?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를 위해, 모든 걸 걸어야 한 적이 있습니까? -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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