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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책 소개(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소설가 김연수, 그가 들려주는 길에서 만난 사람과 문학 이야기!
작가 김연수가 1999년 도쿄부터 2007년 미국의 버클리까지, 국경과 경계를 넘어 길 위에서 만나는 문학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쓴 산문집. 계간 『한국문학』에 2004년 겨울부터 2007년 가을호까지 연재했던 산문을 중심으로 묶은 이 책은, 생생한 여행 현장과 현지인들의 삶의 기록, 문화적 차이와 문학적 고민을 재기넘치게 풀어놓은 12편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작품을 위해 중국과 일본 취재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와 작가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일과 미국에 거주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깐두부만 먹는 훈츈 사람 이춘대씨>는 중국에서 러시아 국경을 넘으며 취재를 하던 시절의 이야기, <불싯, 쎄자르. 이 세상에 로코코코적인 건 없어>는 독일 체류 프로그램 당시의 이야기, <빅 웬즈데이를 만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버클리대 체류 프로그램 당시의 이야기로, 다양한 계기의 여행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은 글들을 수록했다.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국경을 넘어선 여행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돌아보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새로이 인식하는 기회를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여행의 경험을 문학적인 고민과 삶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시킨 결코 가볍지 않은 사유의 세계가 잔잔하지만 밀도있는 문장에 녹아들어 있다.
이 책 속 구절이 어느 책에 인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여행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되새김하게 되는 산문집입니다.
p11
오래전부터 나는 국경을 꿈꿨다. 왜냐하면 나는 국경이 없는 존재니까, 내게 국경이란 곧 바다를 뜻했다. 살아 오면서 나는 여러차례 무작정 자동차를 몰고 떠난 적이 있었다. 그러면 기껏해야 나오는 것이 동해, 아니면 서해, 그것도 아니면 남해뿐이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지리적 경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의 심리가 나름 묻어나네요.
p28~29
아무르 만에서 그랬듯이 태양은 중국 쪽으로 저물고 있었다. 지평선에 가까워 지면서 태양의 둥근 곡선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끔씩 그 붉은 기운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나타났다가 길가에서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우리에게 먼지만 뒤집어 씌우고 떠나 버렸다. 국경선 너머의 태양은 꼭 녹아 내리는 붉은 아이스크림 같았다. 그 녹아 내리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조명희의 시를 떠올렸다.
거기에 내가 꿈꾸던 국경이 있었다. 국경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묻고 싶었다. 해를 향해, 석상이 될때까지 외쳐묻고 또 묻고 싶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어떤 곳인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 이제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만 하는가?
제가 읽어보면서 길지만 가볍게 읽어볼만한 산문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과 숨은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목차만 해도 흥미가 생길만한 여행지입니다.
깐두부만 먹는 훈츈 사람 이춘대씨
- 2004년 10월, 러시아 우스리스끄만 하루에 세 번
국경 너머 도끼로 이마까라 상들의 나라로
- 2005년 2월, 일본 나고야하고도 타지미하고도 카사하라
불싯, 쎄자르, 이 세상에 로코코코적인 건 없어
- 2005년 9월, 독일 밤베르크
아바, 내가 푸르미보다 진실되지 못한 밤비여서가 아니라
- 2005년 10월, 독일 밤베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빅 웬즈데이를 만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
- 2006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신화 바깥도, 동방신기 바깥도 없는데, 너 지금 뭐 하니?
- 2006년 가을의 버클리와 2004년 봄의 옌지
나와 신국판과 멸치 사이에 흐른, 그 참으로 오랜 침묵
- 2003년 12월, 중국 지린성 룽징
봉쇄선 백오십리 너머에서는 익살스럽고 구슬픈
- 2006년 2월 중국 화뻬이셩 후쟈좡 마을
아마도 슬픔이거나, 혹은 20세기가
- 2006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내 피를 물만큼이나 묽게 만들지 않으면
- 2003년 9월, 서울
당신들은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
- 1999년 8월, 일본 토오꾜오
그리고 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
- 언제라도 나를 매혹시킬 세 개의 공간
여기있는 여행지를 언제 가볼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