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처음부터 해군 무쟈게 까대길래, '저러다 몇명 죽어야 좀 그치겠구나' 싶어서 걱정된다는 그런 글을 썼다가 지웠는데 바로 그날 일이 터졌더군요.  항상 좋은 사람이 먼저 죽는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는 다 마찬가지 아닌가하고 말이죠. 회사에서는 항상 어렵다, 어쩔수 없다고 그러고  대한민국은 항상 위기라고 하면서 우리 천오백만(그정도 되겠죠?^^) 월급쟁이들을 죽음같은 노동으로 몰아넣고 있으니까요.  

물론 한주호 준위가 마치 저처럼 어거지로 떠밀려갔다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겪은 군인중에는 정말 저런 의협심강한 군인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짐작이 갑니다. 도움도 받아봤고요. 하지만 그걸 말려야하는 상황에서도 말리기보다는 권장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는거, 그런 보이지 않는 상황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일조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 회사원들도 마찬가지죠. 신입사원이나 대리쯤까지는 자발적인 사람, 떠밀려 일을 하는 사람 제각각이지만 과장이상 간부급이 되면 대부분 자신을 미친듯이 일에 몰아 넣고 후배사원들을 끌고 다니느라 바쁘죠. 그런 생활이 체화가 된겁니다. 임원쯤 되면 마치 가정이 없는 사람같다니까요.  그러다 죽는 사람 부지기수에요. 어느날 출근해 보니 의자에 앉아 밤새 싸늘이 식어버린 전우의 시체를 발견하기도 하고 출근하랬더니 회사가 아니라 하늘나라로 출근하기도 하고 새벽에 퇴근을 그리로 하기도 하더군요. 젠장, 그 귀여운 꼬마들과 엄마만 남겨놓고 말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런 보상도 존경도 받을 수 없다는 거, 다행히 죽지않고 부상이라도 당할라치면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는 아름다운(?) 구호 아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정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한 줄 읽기는 커녕 책을 만져본 적도 없지만  왜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모순으로인해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했는지 이해가 가는 요즘입니다. 물론 자본은 훨씬 스마트해져서 예측대로 되기는 어렵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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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때문에 덩달아 뒤숭숭한 회사 게시판에 과거 태안기름유출사고 때 노무현 대통령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해양경찰청장을 대하는 모습이 담긴 돌발영상자료가 올라왔다.  다들 댓글로 하는 한마디. '그립습니다.', '누구랑 너무 비교되네요', '저런 사람이 많았더라면..' 등등
그중에 눈에 띄는 댓글
 
 "삶의 명확한 지배가치가 있는 사람과 그저 돈있는 사람, 권력있는 사람 눈치나 보는 사람과 집단의 차이라고 봅니다. "
 
 
어제 제사가 있어서 친척댁에 다녀왔다. 집안어르신들, 부모님, 친척 형님들.. 그리고 나.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들이 간만에 모여 이야기를 할 시간이 생겼는데  한명숙 전 총리재판 관련한 이야기가 중간에 나왔다.
"돈을 의자에 나뒀는데 안챙겼다고?  거짓말!  세상에 누가 돈이 떨어져있는데 안가져가냐?  뻔하지. 나는 다 안다. 두고보면 안다"    부끄럽지만,  어느 집안 어르신의 의견이시다.
 
'삶의 지배가치'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분이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하신 그 분은 서울시에 (집단적인 부패 사건으로 공석이 생겨) 교장 진급자들 많아서 좋겠다는 말을 재밌다는 투로 말씀하셨다.  두 발언을 종합해보니 공무원 재직시에 챙길것은 챙기고 후배들같은 봉변당하지 않고 퇴직해서 기분 좋다라는 말로 들려 씁쓸...
한명숙총리의 결백은 판사가 공식적으로 판단할 사항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주는 뇌물 챙기는게 당연한게 아니냐'는 가치관은 이해 불가.  그렇다면 당신이 지지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은 지금 얼마쯤 챙기고 있을까요?     세월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은 자신의 말이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있다는것조차 잊게 만든다. 안타깝다. 
 
그 어르신이야 연세가 일흔을 넘기셨으니 견딜만하지만 사촌형들은 아직 한창인데 이런 삶의 지배가치가 당연한 구조이며 바뀔수 없는거라고들 인식하고 있다면 아직 우리나라는 현상태가 한참을 그대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 어릴적 부모님이 TV를 보고 몇번씩 그러셨다,   저런 빨갱이들!, 너는 커서 저런데 나가면 안된다!    커서 보니 그때 TV로 나왔던 그 모습,  6월 항쟁의 모습이었다. 그 무질서한 폭도들이.   거기서 희망을 본다.  당신이 빨갱이라고 했던 그 사람들이 옳았어요.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당신의  행동이, 지배가치가 모두의 지지를 받는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그러니까 공직에 있으면서 청렴하게 사는 사람도 있을수 있는거에요.  남을 위해 눈물흘리고 댓가 없이 희생하는 사람도 있는거에요.  물론 당신이 지지하는 사람(?)들은 빼구요.  당신들이 나를 키웠지만 나는 당신들처럼 크지는 않았어요. 다행이에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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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계획을 세운다고 연초부터 회사가 바쁘다.
이런저런 공지도 잦고 설문조사도 하고. 
설문중에 항목 하나 : (목표로 삼을) 10년후의 회사의 매출액과 성장률은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것.
물론 객관식이었고 대충 벅차다싶을 정도의 수치를 선택하고 제출해버렸다.
 
사실 과거의 성장수준으로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우리나라나 세계의 상황이 아니다 싶긴 한데
암튼 목표가 높아야 가다 멈추더라도 많이가서 멈춘다니까... 
 
그런데 설문 제출을 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하던일 그대로 하면서 성장률을 얼마나 높일수 있을까하는...  인구는 정체되고 에너지 자원은 고갈되고 자연이 상당부분 파괴된 상황에서
남의 것을 뺏어오는 성장을 제외하면 옛날같은 차원의 성장은 불가능에 가까울테니.

구체적으로 정의하는게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아무튼 외형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변화와 서비스의 지향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물론 경영진도 알면서 이러는 걸꺼다. 다들 구글처럼 되고 싶어하면서 구글처럼 기존 개념을 깨고싶어하지는 않는다. 장하준교수의 책에서 본 내용인데 이런 안전수익제일의 경영은 전문경영자의 주주중심주의 경영이 가져오는 폐해라고 한다. 한국은 정주영같은 소유경영자들이 있었을때 모험적인 사업을 할수 있었다-그래서 성공했다-는 말이라 결국 재벌경영이 선기능도 있다는 그런 원치않는 결론이 나오기는 했지만.)

세계가 쪼그라들고 있는데 나만 커버린다는 건 남의 몫을 가로채는 거고
누군가는 월급과 집과 교육기회와 식량이 쪼그라든다는 말이다.
기업이 이윤을 내고 생존해야만하는 사명이 있는 조직이기는 하지만
인류문명이 발전해서  전쟁을 해도 제네바협정같은 걸 적용하려고 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처벌이 야만적이라는데 공감하고 있으며
아동에게 노동을 시키는 행위를 규제하고 고문이 공식적으로 금지되는 등
꾸준히 인권향상이라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는데 경제분야만 예외가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사회적 협약'이란게 있다니 언젠가 '인류적 협약'같은 걸로 인간적인 세계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뭐  이런건 어쩌면 다 핑계고,  이미 십년을 넘게 성장했는데도 회사는 맨날 더 성장해야 하고 직원은 계속 죽어라 일만해야 하는 현실과 미래가 참 막막하고 억울하고 짜증나서 딴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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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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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열 몇장을 넘기기 전부터 눈물이 났다. 사실 읽던부분에는 전혀 그럴만한 내용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내 내면을 터치한 그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주인공의 형이다. 아니 그 형과 같은 상황이다. 장남이고 회사원이고  퇴근하는 길에 조화나 바치고 돌아가는 후져보이는 그런 사람.. 자본의 단물이나 빨아먹는 사람이라는 힐난을 받는 그 형도 할말은 있다.   

"변절자는 같이 울면 안돼요?"

사실 이 책의 전개 방식을 보면 그리 친절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고 그렇다보니 아마 다른때 같으면 감정이입이 안되는 이야기라는 소리를 들었을법하다. 하지만 이 책은 만화가 주는 이점을 이용해 그 생략된 부분을 잘 보충하고 있고 오히려 이야기의 목소리가 더 굵고 힘있게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  한장의 선언서를 읽은듯한 느낌... 

그 치열한 항쟁의 결과로 우리가 얻은것은 (민주주의라는) 백지 한 장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서 더 재미(?)있다. 이른바 비애미라고나 할까. 쓰레기통에 처박힐것같은 운명의 구겨진 백지한장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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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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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장르의 편식을 피하고자 간만에 소설을 집어들었다.  수많은 소설중에 '허수아비'를 고른건 갖가지 호평과 추천사가 크게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소설의 경우, 특히 전작이 있는 작가의 베스트셀러 후속작이라면 실망을 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쉽게 선택을 할 수가 있었고,  다 읽고 난후의 결론은  물론 매우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사양산업이 된 신문사에서 정리해고되는 기자의 이야기가 출발점인데  얼마전에 '구들드'를 읽고 난 후라서 그런지 더욱 현실감이 있다.  다름 아닌 구글때문에 광고매출이 줄어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망해가고 있다는 내용이 '구글드'내용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뭐, 그건 그렇고..   일단 책이 두꺼워서 한참을 읽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박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이야기의 흡입력이 있다는 얘기.  (이런 이야기가 종종 그렇듯)우연찮게 시도한 일이 주인공도 모르게 벌집을 건드린 셈이 되고 일은 점점 커져만 가고 범죄자와의 추격등 일종의 게임이 벌어지고 신문기자다운 예리한 관찰력 덕분에 결국 사건을 해결(보다는 종결이 낫겠다)하는 이야기 인데 블록버스터 영화같이 인기있는 이야기가 갖추어야 하는 장치는 죄다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될듯. (액션, 누명, 반전, 조력자, 순전한 악당, 해피엔드, 그리고 베드씬까지 ^^)

그렇다. 아주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를 보고 왔다는 느낌과 비슷하다.  뭐, 다시 볼것까지는 아니어도 '보기 잘했다, 너도 함 봐라' 추천해 줄 정도는 충분히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거의 종반부에가니 표지부터 잘 볼껄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침울한 분위기에, 섬뜩한게 상상될것 같은 그림이라 표지에는 눈길을 안주었는데 복선이 깔려있다.  눈치채봐야 주인공이 알게되는걸 조금 더 먼저 알게되는 정도이긴 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듯. 

 

 

별점하나 뺀이유 - 현실은 이 소설처럼 척척 풀리지 않는다는점때문에 심술나서.   그리고 (전작을 안봐서 사연은 모르지만) 두 주인공이 10년만에 만나서는 10년동안 찾아헤멘 연인처럼 구는게 공감이 안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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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4-0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코넬리 소설, 흡입력이 대단하지요. '개연성 떨어지는 로맨스'가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이 책을 읽고 <구글드>를 읽었거든요, 연관되는 독서라 재미있었어요. 그 이전에 읽었던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 얼마전에 읽은 미치 조엘의 <식스픽셀>, 그리고 좀 되엇지만, 세스 고딘의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까지 디지털 시대 비즈니스와 소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책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