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사방법론 - 제13판
Earl R. Babbie 지음, 고성호 외 10명 옮김 / Cengage Learning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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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조사분석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사회과학대학에 재학하면서도 막상 사회과학 연구를 위한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시험 준비와 관계 없이 사회조사방법론 관련 책은 한 권 꼭 정독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 끝에, 홍두승 교수님 책과 이 책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일단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책이 전체적으로 직접 연구를 수행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집필되었다는 소개를 들었을 때는 감이 잘 안 왔는데, 한 번 정독하고 보니, 매우 적절한 소개문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질적 연구든, 양적 연구든, 어떤 방식의 연구를 기획하든, 실제로 연구 과정을 수행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빠짐 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험서로서 이 책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사회 통계' 카테고리의 내용은 단지 어떠어떠한 분석 기법이 있다는 정도로만 간단하게 언급하고, 연습문제나 예제, 각종 검정 방법의 공식 등은 대부분 생략되어 있어서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아쉽지만, 저자가 양적 연구에 편중된 경향에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며 이 책이 어디까지나 입문 혹은 개론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다른 책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반대로, 기본에 충실하기보다는 사회과학에서의 통계학적 방법론에 대해서만 자세하게 나와 있는 책들도 많겠지요). 다음에 읽어 볼 홍두승 교수님 공저한 책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해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예전에 읽었다면 수업에서든지, 개인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든지 간단한 사회과학적 연구를 할 때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지금에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도 충분히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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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4 0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923 2021-03-14 03: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꽤 오래 전에 쓴 글인데 찾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족 분이 반드시 최신판 (혹은 13판)이 필요하신 경우가 아니라면 내용 측면에서는 이런 책의 경우 구 버전도 공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현재 스웨덴에서 박사과정 공부 중이라 한국을 떠난 지 꽤 오래 되어서 책을 직접 살펴보고 도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수험 공부가 아니라 대학 과정 혹은 그 이후 과정 공부를 위해서 책을 읽어보신다면 원서를 구하시는 방법도 추천해드립니다. 이 분야의 적지 않은 용어/개념은 영어로 읽을 때 그 의미가 더 직관적으로 와닿는다고 생각합니다.
 
인도 :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것
한국인도사회연구학회 지음 / 한스컨텐츠(Hantz)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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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분명히 큰 나라입니다. 앞으로는 중국을 초월해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중국 경제가 뉴 노멀(신창타이) 상태에 들어가면서 7% 이하의 성장률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7%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잠재력이 충분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피상적인 숫자와, 인도에 관한 단편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오늘날 인도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였고,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 그리고 인도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 문화적 배경은 어떠한 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는 것이 적어서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이런 인도 '초심자'들에게 이 책은 인도의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큰 그림을 그려주는 책입니다. 현대 인도의 성립 과정과 정치제도, 인도의 독특한 사회 구조와 문화, 인도의 산업 전반에 대한 부분을 여러 명의 인도 전문가들이 나누어 설명하였고, 대부분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써졌습니다.

 

물론 각자의 필요에 따라 책에 나온 이야기가 "꼭 알아야 할 만큼"보다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알고 시작한다면, 그 후에 어떤 정보를 접하더라도 남들보다 든든할 것 같다는 기분은 드네요.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아가면서 처음부터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집중력 있게 읽으면 한나절에 다 읽을 정도로 분량도 압축적이고 잘 읽힙니다. 인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오후 한 때를 투자하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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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간여행 나남신서 1806
김동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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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마음에 드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혼재한 책이다. 때문에 책을 읽는 도중에는 '이 책을 정말 잘 샀다' 는 생각과 '이런 부분은 책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뒤죽박죽 머릿 속에서 지나갔다.

 

우선, 현대 미디어 연구의 편중된 모습과 나아가 현대 사회과학이 경험적 연구와 실증주의에 매몰되어서 '철학'을 잃어버렸다는 글쓴이의 지적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귀기울여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의 학문이 '큰 물음'을 잃어버렸고, 파편적인 부분에만 에너지를 쏟는다는 생각은 저자의 글을 읽기 전에도 여러 번 가졌던 것이다. 저자의 논리적인 설명이 이러한 의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저자의 지난 번 저작인 <<미디어 오디세이>>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의 '미디어'로 정의된 것들의 나머지 이야기를 하겠다는 저자의 시도도 좋아 보인다. 매클루언의 지적대로 단지 신문이나 책, 컴퓨터 등만이 미디어의 지위를 누릴 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는 '지위'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용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내용의 부족함을 느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참고할만한 통찰력을 바랐다면 너무 큰 기대를 했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독자로서 누구나 그런 값진 지식을 얻기를 마음 한 구석으로는 바라지 않겠는가?

 

글쓴이가 미디어 연구 관련된 글 중간 중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이나 동학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넣은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겠다. 물론 저자의 입장에 필자가 반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소제목과 본문이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었다. 차라리 동학에 대한 다른 책을 써서 내용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전체적으로 책은 한 학기 분량의 심오한 교양 혹은 무난한 전공 강의를 알차게 듣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학생이 좀 더 찾아 읽는 수고를 해야 하고, 교수의 사견은 적당히 걸러서 듣는 흔한 대학 강의. 하지만 요즘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는 책도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기에 4점 이상의 평점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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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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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목소리와 꼼꼼한 시선으로 담아낸 재특회에 대한 르포르타주. `일베`를 비롯한 우파적 온라인 커뮤니티와 비교하며 읽는 것도 흥미롭겠지만, 재특회가 왜 혐한 시위를 주도하게 되었는지, 구성원들에 왜 `돌변하여` 과격한 언행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지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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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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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인생이 10km/h의 속도로 간다고 비유한다면, 20대에는 시속 20km, 30대에는 30km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식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어떤 수업시간에 이 말을 들었던 것 같다. 20대는 황금 같은 시간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 동안 겪었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버릴 것이므로 시간을 아껴 쓰라는 의미에서 해 주신 덕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삶이 시속 19km 언저리로 갔던 그때는 이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가, 한 계절이, 1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내가 내 삶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는.

 

자주 찾아가는 중고서점에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라는 제목의 이 책을 만났을 때, ‘정말 이 책이구나!’ 싶었다.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달려가는 나의 삶은 정말로 꾸준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 것처럼 조금씩 더 빠르게 흘러가고, 요즘 나는 내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한 주를 보내는지 모를 만큼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한다는(막상 들여다보면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겠지만) 기분으로 내내 저기압이었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던 물음에 대한 답과 절실하게 필요했던 반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여 얼른 책을 손에 집었다. ‘책은 겉표지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격언은 잠시 잊은 채로.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인간의 기억과 시간 인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절대적인 기억을 소유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반인들의 회상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 데자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책 후반부에 나오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런 주제들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이지만,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게 이런 이야기로 책 한권을 쓰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심리학사를 연구했던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고, 잠시 책을 손에 놓고 멍해질 정도로 인상적인 설명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에 대한 설명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현상을 명쾌하게 규명하는 이론이 하나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삶의 인상적인 순간혹은 회상 과정의 지표가 될 만한 사건이 일상에서 나타나는 빈도수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든다는 점을 근거로 한 저자의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시각적인 비유를 들자면, 아무런 표지판이나 물체도 없이 무한하게 뻗어 있는 고속도로와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이정표들이 있는 도로를 볼 때, 두 길이 실제로 같은 거리일지라도, 후자의 길이 더 먼 거리로 인식되는 효과이다. 삶의 긴장감과 관련한 설명도 꽤 와 닿는다. 시험이나 중요한 면접 전의 1분은 마치 한 시간과 같이 더디게 흐르는 경험을 누구나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매우 알차게 보낸 시기보다 오히려 무료하고 권태롭게 보낸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는 경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를 우리의 삶에 비유해보자면, 새롭게 시작하고, 작은 일에도 나름대로 큰 의미 부여를 해 적절한 긴장 속에서 사는 어린 시절보다, 모든 게 익숙하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인생의 후반기가 권태로운 일상과 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에 이르자, 필자는 아직 세울 이정표가 많고 적당히 긴장하면서 살 수 있는’ 20대가 절반가량 남아 있음에 행복해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눈에 선한 앞으로 점점 단조로워지다가 스러질 남은 인생에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깊은 곳에서 슬픔이 몰려왔다. 어떤 곳으로 향하는지 모르고 일단 무작정 걸어온 길의 끝이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라니. 사실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지에 대해 저자에게 그럴듯한 말로 설득당한 다음부터는 책의 나머지 부분에 담긴 다른 이야기들이 모두 어딘가 모르게 슬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가까운 주위를 둘러 본 나의 의식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젊음의 대부분을 보낸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자식은 다 자라서 자기 갈 길을 가고자 하루하루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두 분의 젊음이 밀도 높게 녹아들어간 필자가 빠져나간다면 그분들의 삶은 가끔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주변의 친구들은 어떠한가? 과연 나는 나중에 내 기억의 사진첩에서 내 젊은 시간을 꺼내어 볼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설득하면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나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덧없는 것들은 아니었을까?(그 반대로 홀로인 시간들이 기억의 사진첩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년도 생각해보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쯤에서 이 복잡한 슬픔과 공허함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이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um, et omnia vanitas)!”

 

내가 앞으로 내 삶을 얼마나 더 긴장감 있게 유지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정표들을 세워 나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덧없는 것인 줄 알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의 사진첩에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그리고 요즘 계속 나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질문. 금방 지나가버리는 순간들은 한없이 부질없어 보이는데, 그 순간들이 모인 한 번뿐인 인생은 왜 이토록 소중한 것일까?

 

이 책은 나에게 명쾌한 해답보다는 걱정과 물음만 잔뜩 안겨주고 유유히 내 손을 떠나가 버렸다. 아마 내 독서 이력에서 오래 도록 눈에 띌 이정표 하나만을 남긴 채. 나머지 내 몫이란, 결국 헛된 삶이라도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전에 말한 기회가 있든지 없든지 일단 열심히 살고 봐야 한다.”는 친한 형의 이야기는 이런 고민을 이미 겪은 사람의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제자리에 서서 강둑에 드러누워 버리지만, 강물은 한결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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