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간여행 나남신서 1806
김동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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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마음에 드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혼재한 책이다. 때문에 책을 읽는 도중에는 '이 책을 정말 잘 샀다' 는 생각과 '이런 부분은 책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뒤죽박죽 머릿 속에서 지나갔다.

 

우선, 현대 미디어 연구의 편중된 모습과 나아가 현대 사회과학이 경험적 연구와 실증주의에 매몰되어서 '철학'을 잃어버렸다는 글쓴이의 지적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귀기울여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의 학문이 '큰 물음'을 잃어버렸고, 파편적인 부분에만 에너지를 쏟는다는 생각은 저자의 글을 읽기 전에도 여러 번 가졌던 것이다. 저자의 논리적인 설명이 이러한 의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저자의 지난 번 저작인 <<미디어 오디세이>>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의 '미디어'로 정의된 것들의 나머지 이야기를 하겠다는 저자의 시도도 좋아 보인다. 매클루언의 지적대로 단지 신문이나 책, 컴퓨터 등만이 미디어의 지위를 누릴 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는 '지위'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용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내용의 부족함을 느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참고할만한 통찰력을 바랐다면 너무 큰 기대를 했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독자로서 누구나 그런 값진 지식을 얻기를 마음 한 구석으로는 바라지 않겠는가?

 

글쓴이가 미디어 연구 관련된 글 중간 중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이나 동학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넣은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겠다. 물론 저자의 입장에 필자가 반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소제목과 본문이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었다. 차라리 동학에 대한 다른 책을 써서 내용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전체적으로 책은 한 학기 분량의 심오한 교양 혹은 무난한 전공 강의를 알차게 듣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학생이 좀 더 찾아 읽는 수고를 해야 하고, 교수의 사견은 적당히 걸러서 듣는 흔한 대학 강의. 하지만 요즘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는 책도 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기에 4점 이상의 평점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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