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의학은 결국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더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한다면, 생물학은 어떨까? 생물학이 다루는 범위는 넓지만, 생물학을 통해 인간은 한층 더 나은 자기 이해를 추구하고 있으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오늘도 많은 학자들이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하지만 20세기를 풍미한 유전자결정론(그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리고 뇌과학의 성과가 대중화되면서 나타난 '우리는 우리 뇌가 만들어진대로 살아간다'는 생각들이 과연 인간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사실 뇌과학이나 유전자에 관한 책들을 읽었을 때 필자는 행복감이나 지적 성취감보다는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주체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존의 뇌과학분야 책과는 다르다. 저자가 아동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마땅히 인간의 '다듬어지지 않은 영역'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거기서부터 잠재력을 발휘할 근거가 나오기 떄문이다. 물론 이것을 저자가 '당근과 채찍' 모델이라고 명명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쥐어 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유행에 지난 방법이다. 저자는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롤모델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에게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강한 결정론이나 인간이 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살아간다는 뇌과학의 흐름에 동의한다면 이런 후천적 과정으로서의 교육을 강조할 수 없을 것이다.

 

학습 과정 중에서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개인(그리고 개인의 뇌가 발전하는 데)끼치는 영향을 저자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반복과 훈련'을 통한 학습이 아닌 몰입 혹은 열광함을 통해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재조직되는 과정 속에서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배우고,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 주목한다. 후자의 내용은 한때 유행했던 '몰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푹 빠져들 수 있는 것만큼 잘 배우고,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저자의 설명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뇌과학의 여러 지식들도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편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성과물을 보고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좀 더 기쁜 소식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자신 있게 이 책이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가슴 따뜻해지는 뇌과학 도서'라고 추천할 수 있다.

부디 이제까지 내가 설명하고자 시도했던 여러 내용들 가운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데 어쩌면 의미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느낄 수 있기를 말이다 (중략) 당신도 하루하루를 특별한 날로 만들기를 바란다! 마지못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러분이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적어도 여러분 뇌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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