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6집 - 눈썹달
이소라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경기 북부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다 서점에서 ‘이소라’를 샀다. Y와 나는 역의 대합실에서 시간을 메우며 이어폰을 나누어 들었는데 손끝으로 짚어가며 노랫말을 읽기도 했다. 나는 화장수 냄새가 Y에게서 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가까이서 귀를 맞대고 술자리에서 못 다한 몇 마디를 더 나누는 중이었다. - 지나간 기억을 되돌리는 향기가 있어-  내가 좋아하지 않는 냄새.  나를 떨리게 하는 누가 내 곁에 성큼 다가섰을 때 바람이 일면서 내 코끝으로 훅 끼치던 열정의 냄새다. 노랫말을 넘길 때마다 더 강렬해져서 나는 잠깐씩 Y에게 고개를 돌려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본다. Y, 네게서 섹시한 냄새가 나. Y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 하하 웃는다. 두 개의 의자 건너 낯선 여자가 우리의 얘기를 엿듣는다. 나는 Y가 사다준 빳빳한 기차표를 들고 시간을 확인하고 Y를 먼저 보낸다. Y의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에서 온기와 먹먹함이 전해진다. Y는 힘껏 악수를 하고 다정한 연인처럼 잠깐 내 허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포옹을 한다. Y는 가고 나는 여전히 이소라의 CD에서 나던 어떤 냄새가 Y의 것 인 것처럼 오래 기억한다. 미치게 사람이 그리운 찬 봄날의 저녁, 나는 취한 눈으로 소설을 읽고 나를 못 견디게 하는 서글픔의 원인을 캔다. 기차가 심하게 요동치며 놀라운 소리를 낸다. 이소라는 약간 어눌한 목소리로 웅얼웅얼, 슬퍼서 그런가보다, 슬퍼서 노래를 하면 얼마동안은 소리로 그 슬픔이 증발되고, 그래서 얼마간 견뎌지고, 또  슬퍼지면 노래를 하는 고독한 가수. 모자를 눌러 쓴 역무원 아저씨가 표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다. 아하하, 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나도 따라 웃지만 나는 오래 전에 봄처럼 웃는 법을 잊어서 노래도 할 줄 모르는 나는 소라씨 보다 약간 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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