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서른 일곱이 된 순자 언니의 어린 언니는 열 살이 되던 해에 훈련을 하던 미군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미결상태로 남은 살인사건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발가벗겨진 채 논둑에서 발견 된 아이의 성기에는  자갈과 콜라 병 같은 게 십 키로는 더 들어 있었다고 했다. 눈썹에 문신을 한 S 씨가 그 때 내 친구였던 그 애가 죽어서 우리는 매일 먼길을 돌아다녔어, 라고 했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순자 언니, 우리언니예요, 한다. 벌써 두 번째 S 씨는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다. 그으래? 하면서 흥미롭게 듣고 있던 나는 미안하고 놀라서 얼굴색이 변하고 S씨는 한참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후로 우리는 순자 언니가 조금 어려웠다. 착한 순자 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내 같은 목소리를 하고서 내 목을 조르는 장난을 즐겨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벌겠다고 취직을 했다. Y씨는 갠 힘이 세서 세제를 잘도 들 꺼야 하고 농담을 했지만 나는 Y씨가 미웠다. 오 년도 더 돼서 색이 변한 흰 운동화를 어디든 신고 다니던 사내 같은 순자 언니. 자주색 양말이 촌스러운, 팔십 사 만 원을  몰래 모아두었다고 자랑을 하던 사실은 정말 힘이 센 순자 언니를 보러 무궁화 유지 앞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야아, 산본아아, 하고 언니는 내 이름을 힘차게 부른다. 바람이 차고 눈도 내린 삼월의 봄날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니까, 순자 언니를 떠올리게 된 건, 순전히 레이먼드 카버의  ‘너무나 많은 물이 집 가까이에’를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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