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 시인선 359
송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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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모가지 하나 비틀지 못하던 아비가 술에 취해 아기 고양이를 걷어차 죽였다. 어미는 불쌍한 아기고양이를 봄 볕 잘 드는 곳에 묻었다. 집 구렁이가 헛간의 황토벽을 타고 오르던 수상한 시기였다. 아비는 그 집에서 몇 년을 더 살다 죽었다. 헛간 짚더미에 몰래 숨어들어 예닐곱씩 새끼를 낳던 고양이들이 종적을 감췄고 나는 그 뒤로 고양이를 피해 다녔다. 겨울이면 헛간 처마에 창대 같은 고드름이 매달렸다. 누구의 정수리 심장에 박히어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투명한 창들이. 어미는 고양이를 묻은 손으로 긴 장대를 들어 고드름을 쳐 냈다. 어미도 나도 무표정했으나 아비만은 늘 표정이 풍부했다. 미안해 고양.

 

시도 해설도 좋다. 깔깔한 혀끝으로 오른 발등을 핥아가며 본다.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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