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래기의 약(藥)> 백석 가무락조개 난 뒷간 거리에 빚을 얻으러 나는 왔다 빚이 안 되어 가는 탓에 가무래기도 나도 모두 춥다 추운 거리의 그도 추운 능당 쪽을 걸어가며 내 마음은 우쭐댄다 그 무슨 기쁨에 우쭐댄다 이 추운 세상의 한 구석에 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 걸 얼마나 기뻐하여 낙단하고 그즈런히 손깍지 베개하고 누워서 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
가무락조개 난 뒷간 거리에
빚을 얻으러 나는 왔다
빚이 안 되어 가는 탓에
가무래기도 나도 모두 춥다
추운 거리의 그도 추운 능당 쪽을 걸어가며
내 마음은 우쭐댄다 그 무슨 기쁨에 우쭐댄다
이 추운 세상의 한 구석에
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 걸
얼마나 기뻐하여 낙단하고
그즈런히 손깍지 베개하고 누워서
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
출전:여성(193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