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魯迅 (김광균)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것의 메갯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빰을 얻어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 온 생활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를 피워 문다.
쓸쓸한 것이 오장을 씻어 내린다.
노신이여
이런 밤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온 세계가 눈물에 젖어 있는 밤
상해 호마로 어느 뒷골목에서
쓸쓸히 앉아 지키던 등불
등불이 나에게 속삭어린다.
여기 하나의 상심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

 

 요즘 이 책에 실린 시를 하나씩 읽는다. 

 와사등의 시인이 이런 작품도 썼다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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