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한 철  (유용주)
이상기에게

때론 하찮은 열정이
삶을 이끌어나간다네
어젠가 그젠가 노래방에 가서
새벽 두시까지 악을 썼다네
화장실에서 들었는데 각 방에서 부르는 노랫소리가
지옥에서 몸부림치는 귀신들의 울음소리로 들렸어

사는 것이 곧 지옥이야
(누가 그랬더라 정들면 지옥이라고)
지옥 한 귀퉁이 사글세 들어 라면을 끓이는 사람아
소주는 충분히 받아놓았는가

내 그리 곧 가겠네
밤새워 한번 취해보세나

 

유용주,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 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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