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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ㅣ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평점 :
사건해결에는 최첨단 법의학 지식이 총동원되고 읽으면서도 눈을 가리고 싶어지는 흉악한 범죄가 시리즈로 등장하는 현대의 범죄물에 비하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그야말로 짬뽕 대 우동이랄까 무척 신선하고 담백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끔찍하고 무서운 범죄를 다룬 이야기의 제목이 <바스커빌가의 개>라니 미스테리물치고는 의외로 고풍스럽지 않은가.
파이프를 즐겨 피우고 프록코트를 입는 런던시 베이커가 거주민, 19세기 젠틀맨 탐정 홈즈. 시대가 백 년 전이라고 해서, 이 명탐정의 능력이 행여, DNA 분석이며 지문 감식 같은 현대과학이 제공하는 정교한 분석수단이며 훨씬 발전된(?) 강력범죄를 통해 수사역량을 축적된 현대의 범죄수사관 링컨 라임(제프리 디버)이나 법의학자 카이 스카페타(패트리샤 콘웰)에 조금이라도 뒤질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범인의 구두굽에서 떨어진 진흙 성분으로 범인이 뉴욕시의 어느 구석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를 알아낼 정도로 광범위한 지식을 지닌 링컨 라임처럼, 우리의 명탐정 홈스도 고문서의 필체로 문서의 연대를 추정해내고, 협박편지에 오려붙여진 글자의 활자체로 어느 인쇄물이 이용되었는가를 알아내며, 편지의 냄새를 감지하는 예민한 후각으로 작자는 여자이며 어느 종류의 향수를 사용하는지까지 쪽집게처럼 맞추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홈즈 자신에 말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탐정이 갖추어야 할 필수 지식에 불과하단다. 탐정에게 진실로 중요한 것은 치밀한 관찰력 이상으로 "고도의 정신적 집중력"을 요하는 빼어난 추리력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여기선 이성을 강조하던 당시 시대 분위기도 잘 묻어난다.) 헨리경이 묵고 있던 런던의 호텔에서 그의 새 부츠와 헌 부츠가 교대로 분실되는 것을 보고 진짜 개가 관련된 것을 확신했다며 나중에 사건 경위를 재구성할 때의 홈즈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복잡한 문제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나는 종종 미스테리물을 읽는다. 흥미진진한 탐정물은 정신을 늘 가상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해서 예기치 않은 휴식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현대의 미스테리물은, 물론 살벌한 현대 분위기를 반영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겠지만, 너무 잔인한 범죄가 등장해서 이런 소중한 휴식효과를 가끔 반감시킨다. (사건이 너무 끔찍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셜록 홈즈의 이야기는 박카스처럼 딱 적절하게 무시무시한 스릴 만점의 강장제라 할 수 있다. 명작이란 시간 속에서 더 빛이 나는 법이라는 말은 우리의 탐정 홈즈를 창조한 코난도일에게 딱 적합한 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