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지발싸개같은 넘의 드러운 가을! 노란 은행잎이라고는 단 한 잎도 보이지 않는 이 운치 없고 말라비틀어진 서양의 가을! 똑똑하게 사는 것도 싫고 이름 날리며 사는 것도 싫고 광적으로 사는 것도 싫고, (그래 이미 글렀다는 걸 알고 하는 말이다, 어쩔래, 어쩔래) 졸렬하고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은 나 같은 속물의 머리까지 복잡하게 만드는 썩을 넘의 가을! 죽고 잡냐? 한 판 해보자는 거냐? 댐벼라, 다 댐벼!! 아뵤~~~!!

늦가을 (정현종)
가을이구나! 빌어 먹을 가을
우리의 정신을 고문하는
우리를 무한 쓸쓸함으로 고문하는
가을! 원수같은.
나는 이를 깨물며
정신을 깨물며, 감각을 깨물며
너에게 살의를 느낀다.
가을이여! 원수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