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가까운 (신경림)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나보다
  가슴과 등과 팔에 새겨진
  이 현란한 무늬들이 제법 휘황한 걸 보니
  하지만 나는 답답해온다 이내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갑진 장신구들이 무거워지면서
 
  마룻장 밑에 감추어 놓았던
  갖가지 색깔의 사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정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무딘 주머니칼로 새겨놓은 내 이름은 남아 있을까
  성탄절 가까운
  교회에서 들리는 풍금소리가
  노을에 감기는 저녁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버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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