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편지 (김광렬)
응달진 양지에 앉아 눈썹이 새하얘지도록 편지를 쓴다
사는 일이 너무나 아득해서 그대를 잊었노라고
구르는 낙엽에 새긴다
그대도 편지 받고 나처럼 오래오래 잊어도 섭섭지 않으리라
먼 훗날 기억나 나처럼 햇살 넘실대는 풀잎에 기대어
평생 잊지 못할 긴 편지 써주면
내 저 세상 간 뒤일지라도
앞발뒷발 다투며 그대에게 가 따뜻한 응달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