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한 산책 (황인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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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앞으로는 꼭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아, 너무 자명해 ~~~"  (똘똘이 스머프처럼 하품한다)

(이 참에, ㅎㅎ 자명한 산책님 서재에 가서 인사드려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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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0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러셔요.^^

릴케 현상 2005-07-0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퍼갈려고 그동안 안 올리고 있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