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저녁 3 (유하)

 

또 하루가 어두워지려 한다

출구를 자기 뒷모습에 두고

유리창에 팅팅 몸을 부딪는 날파리처럼

 

헤비메탈을 부르다 뽕짝으로 창법을 바꾸는

그런 삶은 살지 않으리라

 

간성 가는 길, 청간정에 앉아 저무는 동해를 본다.

저 바다를 어찌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나무는 서 있고, 슬픈 육체여

지나온 사랑의 출렁거림 앞에서

난 아직도 망연자실하다

 

어스름 해변엔 청춘들이 모여 기타를 튕기고

제비새끼같이 노랗게 벌린 입 속의 떨리는 목젖

다들 자기를 튕겨 저녁에 안기는 법을 알고 있을까

 

목숨의 등대인 듯 안간힘으로, 노래가 불을 켜들 때

구멍난 세상의 캄캄한 울림통 속에서

내 가슴도 멍멍하게 따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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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6-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하 시를 다시 읽으니 참 좋네요.
저도 아직 망연자실하답니다.^^

검둥개 2005-06-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맘에 드신다니 저도 기뻐요. 유하는 자고로 사랑의 시인이 아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