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저녁 3 (유하)
또 하루가 어두워지려 한다
출구를 자기 뒷모습에 두고
유리창에 팅팅 몸을 부딪는 날파리처럼
헤비메탈을 부르다 뽕짝으로 창법을 바꾸는
그런 삶은 살지 않으리라
간성 가는 길, 청간정에 앉아 저무는 동해를 본다.
저 바다를 어찌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나무는 서 있고, 슬픈 육체여
지나온 사랑의 출렁거림 앞에서
난 아직도 망연자실하다
어스름 해변엔 청춘들이 모여 기타를 튕기고
제비새끼같이 노랗게 벌린 입 속의 떨리는 목젖
다들 자기를 튕겨 저녁에 안기는 법을 알고 있을까
목숨의 등대인 듯 안간힘으로, 노래가 불을 켜들 때
구멍난 세상의 캄캄한 울림통 속에서
내 가슴도 멍멍하게 따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