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물고기 (차창룡)

 

물고기는 죽은 후 나무의 몸을 입어

영원히 물고기가 되고

나무는 죽은 후 물고기의 몸을 입어

여의주 입에 물고

 

창자를 꺼내고 허공을 넣으니

물고기는 하늘을 날고

입에 문 여의주 때문에 나무는

날마다 두들겨 맞는다

 

여의주 뱉으라는 스님의 몽둥이는 꼭

새벽 위통처럼 찾아와 세상을 파괴한다

파괴된 세상은 언제나처럼 멀쩡하다

 

오늘도 이빨 하나가 부러지고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나갔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