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아침 (오규원)
땅의 표면과 공기 사이 공기와 내 구두의 바닥 사이 내 구두의 바닥과 발바닥 사이 발바닥과 근육 사이 근육과 뼈 사이 뼈와 발등 사이 발등과 발등을 덮고 있는 바량이 사이 그리고 바랭이와 공기 사이
땅과 제일 먼저 태어난 채송화의 잎 사이 제일 먼저 태어난 잎과 그 다음 나온 잎 사이 제일 어린 잎과 안개 사이 그리고 한 자쯤 높이의 흐린 안개와 수국 사이 수국과 수국 곁에 엉긴 모란 사이 모란의 잎과 모란의 꽃 사이 모란의 꽃과 안개 사이
덜자란 잔디와 웃자란 잔디 사이 웃자란 잔디와 명아주 사이 명아주와 붓꽃 사이 붓꽃과 남천 사이 남천과 배롱나무 사이 매롱나무와 마가목 사이 마가목과 자귀나무 사이 자귀나무와 안개 사이 그 안개와 허공 사이
오늘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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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이 좋습니다. 맘에 드는 시를 단 두 번의 시도 끝에 발견했어요.
얼핏 수수해보이지만 누군가 안개를 가르며 딸랑이 종을 울리면서 자전거에다 싣고다니며 파는 두부처럼 신선하고 뭔가 모를 희망이 감도는 듯한 아침의 공기가 시에서 막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정말 그렇게 하실 분은 없겠지만, 이 시가 얼마나 좋은지 보시려면 한 번 직접 손으로 타이프를 해보세요. 눈으로는 잡기 힘든 리듬이 손가락 끝에서 타다다닥하고 튀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과/ 아침". 이 마지막 두 행은 정말이지 화룡점정이죠?
모두들 좋은 아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