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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작가 박완서의 글을 읽는 일은 즐겁고 거북스럽다. 주인공들도 등장인물들도 악질스럽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다분히 위선적이고 사악하다. 그런데 그 위선과 사악함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평균적 사악함이다. 예전에는 사악한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들을 읽으면 마음이 뛰었다. 한국은 모름지기 착함과 예절바름, 그 같은 모든 미덕을 숭앙하는 사회가 아닌가. 그런 사회의 압력에서 자유로운 사악한 인간들에 대해 읽으며 나는 글 속의 반동스런 기운이 불러오는 자유에 내 소심한 코를 벌름거리곤 햇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런 주인공들의 사악함의 얼마만큼이 과연 주인공 자신들의 본성에서 오는 것인지를. 이 책에 실린 박완서 단편들 속 주인공들의 사악함은 대부분 사회가 개인들에게 부과하는 외부적 규범에서 유래한다. 사악하려고 해서 사악해진 것도 아니고 사악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사악하다는 자의식이 대단한 것도 아닌 인물들의 그저 일반적 생활인의 처세에 걸맞을 만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의 사악함. 평균적이고 적당히 조절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딱 그만큼의 사악함. 책 말미에 김병익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노년문학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그래서 나는 좀 못마땅했다. 이런 종류의 평균적 사악함은 어느 연령에서나 찾아지는 것이 아니던가. 책을 읽으면서 부처님 손바닥 안의 원숭이처럼 나는 나 자신의 사악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 때는 제법 독창적이 아닐까 혼자 착각도 했던 스스로의 사악함의 사회적 근원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내내 면구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