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 이정록
그릇 기(器)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개고기 삶아 그릇에 담아놓고
한껏 뜯어먹는 행복한 식구(食口)들이 있다
작은 입이 둘이고 크게 벌린 입이 둘이다
그 중 큰 입 둘 사라지자 울 곡(哭)이다
식은 개고기만 엉겨붙어 있다
개처럼 엎드려 땅을 치는 통곡이 있다
아니다, 다시 한참을 들여다보면,
기(器)란 글자엔 개 한 마리 가운데 두고
방싯방싯 웃는 행복한 가족이 있다
옹기종기 그릇이 늘어나는 경사가 있다
곡(哭)이란 글자엔, 일터에 나간 어른 대신
남은 아이들 지키느라 컹컹 짖는 개가 있다
집은 제가 지킬게요 저도 밥그릇 받는 식구잖아요
밤하늘 별자리까지 흔들어대는 목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