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관을 짜는 남자 - 임현정


한밤까지 이어지는 못질 소리

심장에 박아대는 것 같아


피 묻은 대못들이 모여

아무리 대문을 두드려도

주인은 나오지 않아

열쇠장이는 따따블을 부르고

두근대는 호기심은 따따따블이야


현관에 세워져 있는 껍질이 벗겨지 통나무들

아니 조금씩 관을 닮아가는 것들

지나치게 아늑해 보여


그는 작업실에 있었어

아주 흔한 얼굴의 사나이

죽은 새를 넣는 작은 관부터

거구의 남자가 주문한 대형 관까지


어둠이 고인 유리 진열장 안은

심해에 가라앉은 난파선처럼 고요했지


막 완성된 관은 아주 작았어

그는 곁에서 젊은 여자에게

말없이 작은 관을 건넸어

여자는 문득 두고 온 아이가 생각났지.

꼭 그 사이즈였어


관 귀퉁위마다 적혀 있는 이름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대이동이 시작되었어

상냥한 남자는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고

간혹 주문 품목을 손수 메고 가는 성급한 고객들도 있었어

개미 떼처럼 지루한 행렬


별이 없는 밤

반짝이는 못대가리는 밖에서만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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