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운묵서(玄雲墨書) - 이정록

겨울 논바닥
지푸라기 태운 자리
얼었다 풀렸다
검게 이어져 있다

산마루에서 굽어보니
하느님이 쓴 반성문 같다

왜 이리 말줄임표가 많지?

겨울 새떼들이
왁자하게 읽으며 날아오르자
민망한 듯 큰 눈 내린다

반성문을 쓸 때
무릎 꿇었던, 쌍샘에서
소 콧구멍처럼 김이 솟아오른다

온 들녘에, 다시
흰 종이가 펼쳐지자
앞산 뒷산이
깜깜하게 먹으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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