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아래 다시 생긴 점은 구태여 빼지 않을 작정이다 - 성미정
눈 밑의 점은 눈물점이란 얘기를
듣고 난 후 빼버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난 드라이한 사람이고 눈물
따윈 내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구월 어느 날 비뇨기과에 가서
(우리 동네는 비뇨기과가 피부과도 겸하고 있다)
살 타는 냄새와 함께 점을 뽑았다
그런데 아직 여름 햇살이 남아
있는 탓인지 주근깨처럼 엷게 눈 밑의
점이 다시 올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나는 김수영이 그러했듯
내 눈 아래 다시 생긴 점을 구태여
빼지 않을 작정이다
김수영은 모든 곡은 눈물이고
눈물은 시인의 장사 밑천이라
빼지 않겠다고 시인다운 이유를 댔지만
나는 단지 그 비뇨기과에 다시 가기
싫고 살 타는 냄새를 두 번 맡고 싶지
않다는 전혀 시인답지 않은 이유로
빼지 않을 작정이지만
어쨌든 다시 빼지 않겠다는 점에
있어선 김수영과 다를 바 없고 엷은
주근깨처럼 눈물점이 올라오고 있는 건
그래도 내게 시인의 마음이 엷게나마
남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