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표지의 파일 - 임현정
그에 대한 기억들은 스테이플러로 모서리가 찍혀
얌전히 스크랩된다
그녀를 향한 사소한 인사말도 파일에 담겨 있다
검은 표지의 파일은 사무적인 표정으로 묵묵히 일한다
어두운 표정의 것들이 그렇듯
그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론 모나미 볼펜 같다고 생각한다
볼펜 자국 같은 일상이 지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스르르 넘어가는 비닐의 장정들
오늘은 그가 나를 보고 웃 - 었 - 다
웃는 모습을 가위로 오린다
기억은 꼼짝없이 갇힌다
그녀는 두터운 파일을 말끔히 정리했다
언젠가 검은 파일은 정리된 내용들을 펼칠 것이다
그는 잘 말려들어가 종이 몇 장으로 추억된다
갑자기 두터운 파일 안에 놓인 그는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과장된 기억들과 마주친다
나날이 그녀는 두터워진다
하지만 파일은 지나간 것만 실을 뿐
그는 소리 내어 말할 것이다
당신의 기억 속에서 나는 누구입니까
과장된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