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여 터져라 (황동규) 시여 터져라 생살 계속 돋는 이 삶의 맛을 이제 제대로 담고 가기가 너무 벅차다. 반쯤 따라가다 왜 여기 왔지, 잊어버린 뱃속까지 환하게 꽃핀 쥐똥나무 울타리. 서로 더듬다 한 식경 뒤 따로따로 허공을 더듬는 두 사람의 긴 긴 여름 저녁. 어두운 가을바람 속에 눈물 흔적처럼 오래 지워지지 않는 적막한 새소리. 별 생각 없이 집을 나설 때 기다렸다는 듯 날려와 귀싸대기 때리는 싸락눈을. 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