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는 드라마 중에 <레스큐 미>라는 것이 있다. 어쩌다 한 번씩 봐서 그랬는지 제목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어제 우연히 본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니 유레카의 순간이 왔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토미는 아내와는 별거중이고 알콜중독으로 고생하며 9-11 때 소방대원의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사촌의 아내와 연애관계에 얽히는 등 개인적으로 꼬인 것이 많은 머리 아픈 인생을 살아간다. 욱하면 사람을 두들겨 패는 게 일상이고 동료 소방대원의 사물함에서 강도 높은 진통제를 슬쩍 하질 않나, 조카가 목을 매는 학교 여선생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등 모범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도 좋게 봐 줄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 그건 직업인 소방대원의 직무에는 충실하다는 사실. 규칙도 어기고 위험도 불사하면서 화재에서 사람들을 구조해낸다.
목숨을 내걸고 남들은 매일 화마에서 구해내지만 정작 본인은 예수의 환영에 시시각각으로 시달리며 술독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남을 구조하는 게 직업인 토미를 구조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어긋난 인생.
동네 짱게집에서 친척들과 모처럼 한데 모여 아버지의 생일잔치를 하는 날, 토미의 알콜의존증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전직신부 사촌은 이런 날이 술의 유혹을 이기기 무척 어려운 경우 중의 하나라고 충고한다. 이런 날 당신은 어떻게 견디냐는 토미의 질문에 사촌 왈, "대마초를 다발로 피운다네."
술이냐, 담배냐, 진통제냐, 인생을 위안해 줄 사물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