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아홉번째 지나감 (장석남)



마음 흐린 날
학림다방 창문가에 앉아
구름 지나가는 것을 센다
아홉번째 구름의 지나감
엄엄한 가장 행렬
우리가 그 동안 그렇게 했던,
불 끈 유랑 악단
발목이 시겠다
거기거기쯤에선 발목도 벗고 싶겠다
손톱이 꾹꾹 탁자의 나뭇결 따라 새기는
구름의 아홉번째 지나감
잠시 햇빛 나다 다시 흐리면
소리 막 그친 듯
눈시울 스치는
불 끈 유랑 악단



장석남,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 지성사, 1995, p. 37.



사진출처: http://www.design.co.kr/section/news_detail.html?info_id=41964&category=0000000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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