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뒤적일 때마다 학력 경력 위조 기사가 가끔씩 튀어나오는 것을 본다. 그 기사들을 볼 때마다 학력 경력을 위조한 이들의 용감무쌍한 대담함이 신기하기 짝이 없다. 위조한 약력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면 나름대로 성공할 만한 재능이 있었을 텐데. 정말로 학력 경력을 위조하지 않고서는 재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의 장벽이 높았던 것인지,  아니면 위조된 약력의 후광 아래서는 재능의 결핍이며 허점 같은 것도 다 가려졌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편에는 이렇게 학력을 부풀리지 못해 안달인 이들이 있는 반면, 다른편에는 좋은 학력을 가지고도 간신히 살아내느라 차라리 학력을 줄여 말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몇 달 전에 공항에서 만나 늦은 점심을 같이 먹은 유학생 선배는, 자식은 커가는데 경제형편은 나아지지 않아 고민이라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선배 말이 유학을 나오기 전에 어떻게든 빚을 얻어서 조그만한 아파트라도 한 채 얻어두었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나니 이제 영영 자기 집 한 칸 얻을 가망은 없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 가정형편을 적어내는 종이장에 학력을 석사로 적을까 그냥 학사라고 거짓말을 할까 고민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은근히 속이 쓰렸다.  선배는 그래도 일단 귀국해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아내와 수입을 합치면 형편이 나아질 테지만, 물려받은 재산 같은 게 없는 대학원의 인문학도들 대다수는 정말 딸깍발이 신세로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간신히 먹고사는 월급장이들의 형편도 크게 다를 리 없다.

이렇게 먹고 사는 일이 힘들 줄 알았으면 인생계획 같은 걸 미리 학과목으로 배우기라도 했어야 했나 싶다. 직장에서의 착취에 대처하는 방법, 임금 동결에 효과적으로 항의하는 요령, 주식투자와 집장만 같은 걸 참고서와 학원 강의 요점정리, 심야 자율학습 를 통해 미리미리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지난 번엔 서점에 갔다 사온 책 제목은 "속물 상사 아래서는 절대 일하지 말아라"였다. 1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무식한 상사, 무능한 상사, 고압적인 상사, 거짓말하는 상사, 짠돌이 상사, 독재자 상사, 유유부단한 상사 등으로 보스의 종류를 나누어 효과적인 대처방법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요즘은 이런 종류의 책을 돈 주고 사와서 열심히 읽으며 내년엔 꼭 임금 인상을 성취해보리라, 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한국인에게 공통된 두가지 야망은 집장만과 자식교육이라는데, 집도 없고 자식도 없는 나도 이렇게 해서 삼십대 고개를 아주 너끈하게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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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7-08-16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임금인상, 어렵지요.
행운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08-18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7-08-1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역시 님의 견해에는 비범함이 있어요.
지지리궁상으로 사는 것 저도 싫어요.
흑흑 ^^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