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게 가장 쉽게 읽히는 장르의 글은 에세이와 추리소설이다. 에세이는 아무래도 저자의 사적인 생활이 알게 모르게 드러나니까 친밀함이 느껴지고 또 남의 생활을 훔쳐보는 은근한 재미 때문에 잘 읽히는 것이겠고, 추리소설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이 빨라지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결말이 궁금해서 미리 뒷편을 뒤적이게까지 된다.

새해를 맞아서는 되지도 않는 결심 같은 걸 하는 대신에, 평소에는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못 읽는 추리소설을 쌓아두고 읽었다. 마이클 코널리의 Chasing the dime, 제프리 디버의 The vanished man, The garden of beast, The Twelfth card, Twisted, 그리고 데니스 르해인의 Shutter Island.

이 세 저자가 특별히 출중해서 골라 읽는 것은 아니고,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니 서점에서 아는 이름이 적힌 책을 골라들게 되어서 같은 작가의 책을 여럿 읽게 된 것인데, 생각해보니 세 저자의 스타일에 흥미로운 차이가 있다.

마이클 코널리의 소설은 긴박하게 빨리 읽히지만 구조는 의외로 느슨한 편이다. 그 대신의 코널리 소설의 매력은 행간으로 간간이 드러나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에 있다. 아동 성학대와 관련된 Chasing the dime의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라거나, 코널리가 창조한 현직 탐정 전직 수사관 해리 보쉬의 가족사 (전직 수사관 현직 카지노 카드 딜러인 아내와 어린 딸) 같은 배경이 코널리 소설을 다른 추리소설과 구분시킨다.

제프리 디버의 추리물은 범죄현장에 남겨진 단서를 따라서 범죄자를 찾아내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그의 가장 잘 알려진 두 주인공은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삭스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범죄자와 그가 남기는 단서, 수사과정에서의 추리와 뒤틀림이다. 지면에서의 라임과 삭스의 개인적 매력은 최소한도로 유지되며 수사과정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훨씬 덜한 것으로 취급된다.

<미스틱 리버>로 유명한 데니스 르해인은 반면 심리 묘파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데 그 치밀함이 가끔 독서를 피로하게 한다. 단편 모음집 Twisted의 서문에서 디버는 추리물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추리물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즐거움을 목표로 하며 그런 이유로 어떤 플롯을 따르건 귀결은 악인이 처벌받고 선한 이가 보상받는 것으로 미리 정해지게 된다고. 디버가 추리물 작가의 독자에 대한 의무로 간주하는 이런 결정된 귀결 같은 것을 데니스 르해인은 무시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엔딩으로 종종 책을 끝내곤 한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추리물 중에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아직 잘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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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1-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프리 디버는 한번 읽어봐야지 하면서 아직 못 읽어봤고요. 데니스 르해인은 살인자들의 섬을 읽었는데 재미있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