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조국 교수가 진보 집권 플랜을 내놨다. 그때는 읽지 않았었다. 2012년이나 2017년에 개혁 진보 진영이 집권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개혁 진보 진영이 집권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과거 민주화 세대는 몸은 유신 독재 정권에 의해 훈련됐고 의식만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깨어난 까닭에 몸과 의식의 불일치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세대는 몸이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자라고 의식은 가장 일상적인 삶의 실천으로 단련시켰다. 의식 보다 몸의 변화가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전환과 흐름을 만들 것이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개혁 진보 진영의 집권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봤다.그로부터 책이 출간 된지 6년 후 박근혜는 탄핵됐고, 새 정부가 탄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진용을 갖추기 시작하자마자 조국이라는 이름이 뉴스의 타이틀에 올라왔다. 그의 진보집권플랜이 기억났다. 그가 말했던 진보 집권 플랜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액션의 방향이 거기에 담겨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탄생했을 때 극우 세력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했다.문재인 정부가 탄생하자 극우 세력들은 당황하고 있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별짓을 다할 것 같다. 그런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진보집권플랜》에는 문재인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조국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역사가 이루어진 것이다.책에 문재인 관련 대목이 하나 있다.천 (법무)장관 후임으로 문재인 비서실장이 거론될 때 저는 속으로 적임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재인은 정치인으로 입신할 생각이 없으니, 이것 저것 재지 않고 검찰 개혁의 칼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조국 교수가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던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자신은 민정 수석이 되었다.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