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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무선) ㅣ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포터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마지막 시리즈, <죽음의 성물>. 그 마지작 이야기답게 흥미로운 사건들이 펼쳐진다. 정작 영화로 만들게 되면 마법 대결 장면은 정해진 마법 주문 몇 개와 다채롭지 못한 몇가지 색의 광선들의 놀음이겠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볼드모트를 막기 위해 떠나는 모험과 겪게되는 온갖 위기는 독자로 하여금 호흡이 빨라지게 만들만큼 묘사가 뛰어났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이렇게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묘사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이미 전작의 영화화된 시리즈들 덕분에 주요 배우들의 얼굴을 알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배우들의 상황에 맞는 모습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특히 헤르미온느의 경우에는 저자가 실제 배우 엠마 왓슨을 염두에 두고 이번 <죽음의 성물>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헤르미온느의 얼굴 표정과 행동들이 너무너무 딱 들어맞는것 같았다. 해리와 친구들간의 대화 장면은 정말 재미있게 묘사된 것 같다. 전 시리즈에서 나왔던 장면인 것 같지만 가령 예를 들면 헤르미온느가 말을 하는 장면인데 '...그렇다면 그건 볼드모트가, 오 론! 제발 그렇게 놀라지 좀 마...'라는 장면이다. 말을 하는 헤르미온느의 표정과 제스쳐, 게다가 깜짝 놀라며 온갖 인상을 쓰는 론 특유의 얼굴 표정까지 덤으로 떠오른다.
동일한 소재로 책과 영화 두 작품이 만들어진 경우, 어느 것을 먼저 보는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을 경우 영화에서의 이미지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상상이 잘되고 더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읽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볼 경우에는 읽는 이가 책을 읽으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특권과 내용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지만, 책의 분량에 비해 짧은 런닝타임 때문에 축소된 영화 스토리와 감독의 취향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다른 작품들은 차치하고라도 <해리 포터> 시리즈 영화는 항상 나에게 실망만 안겨줬었기 때문에 <비밀의 방>까지만 영화관에서 보고 나머지는 안 봤다. 그래도 <죽음의 성물>을 내가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위의 전자의 경우라(엄밀히 말하자면 영화 <죽음의 성물> 이전의 영화들.) 그랬을 것이다.
<죽음의 성물>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19년 후의 이야기이다. 용기와 모험심으로 가득했던 그들은 어느새 호그와트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어엿한 부모가 되어 있었다. 말썽꾸러기였던 그들이 학부모가 되어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가계도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는 즐거움도 느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비록 끝나기는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해리와 친구들이 또 어떤 모험을 겪게 될까 마음껏 상상하게끔 해주는 배려와 여운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작가는 19년 후의 짤막한 이야기로써 그런 배려를 무시해버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아무래도 성인이 되어 30대 후반에 접어들게 되면 젊은 시절의 꿈은 잊혀지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기 마련. 마법의 세계라서 다르려나?) 대신, 그들의 2세라는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내어 호그와트에서의 새롭고 멋진 모험의 가능성을 선물해 주었다. 작가의 이 작은 선물로 해리 포터의 모험이 끝난 아쉬움을 위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