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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 Bridesmaids
영화
평점 :
현재상영


  Bridesmaids(원제: 신부들러리).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제목은 '내 OO친구' 시리즈 제목들에 편승하려고 갖다 붙인거 같은데 미국식 사고나 한국식 사고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색한 수많은 영화 제목들 중 하나이다. 한국 사람들은 동성 친구를 일컬을 때 '내 친구'라 하지 내 여자친구 혹은 내 남자친구라 하지 않으며, 영어권에서도 동성 간의 친구사이는 그냥 'friend'라 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제목으로 한국에서 개봉한 것은 90년대 후반에 국내 개봉한 흥행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이라는 영화의 후광에 무임승차하려는 국내 배급사의 얄팍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내 OO친구 시리즈의 효시인 이 영화조차 번역이 어색하다. 이 영화를 안봐서 사귀던 남자친구가 여주인공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배급사와 해당 홍보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제목은 영화의 일부분이며 하나의 주제를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제목으로 선정하므로써 영화 감상에 방해를 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결혼식의 신부가 아니다. 내 친구의 결혼식이니까... 또 그렇다고 결혼식이 영화의 주제도 아니다. 영화 원제처럼 신부들러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애니가 친구의 들러리를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엉망진창이고 불운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용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 개봉 제목은 엉뚱한 곳에 초점이 맞춰져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엉뚱한 기대를 갖게 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신부들러리라는 단어가 촌스러우면 영어 원제 그대로 썼으면 좋겠다. 아니면 더 그럴듯한 한국어 제목을 붙이거나.

 

  어쨌든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여자 배우들의 망가지는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낄낄거리며 보게 만든다. X-men: First Class 에서 나온 로즈 번을 때문에 찾아본 영화인데 크리스튼 위그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예쁘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여주인공이라 생각했는데 영화 속 애니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줬다. 보면서 저 역할에 어울리는 한국 여배우는 김정은이나 김선아가 제 격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국 시트콤 'The IT Crowd'에 나오는 크리스 오다우드의 재발견.

 


자신의 신세한탄만 하는 주인공 애니를 보며 느낀 점,

 

세상을 향해 불평할 시간에 죽을 때까지 노력하자.

죽을 때까지 해보고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면, 

죽을 때가서 죽기 전 몇 시간 동안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이 더러운 세상!"하고

실컷 욕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자.

아니면 앞으로 남은 40~50년 동안 불평만 하고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는 노력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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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7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 포터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마지막 시리즈, <죽음의 성물>. 그 마지작 이야기답게 흥미로운 사건들이 펼쳐진다. 정작 영화로 만들게 되면 마법 대결 장면은 정해진 마법 주문 몇 개와 다채롭지 못한 몇가지 색의 광선들의 놀음이겠지만,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볼드모트를 막기 위해 떠나는 모험과 겪게되는 온갖 위기는 독자로 하여금 호흡이 빨라지게 만들만큼 묘사가 뛰어났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이렇게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묘사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이미 전작의 영화화된 시리즈들 덕분에 주요 배우들의 얼굴을 알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배우들의 상황에 맞는 모습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특히 헤르미온느의 경우에는 저자가 실제 배우 엠마 왓슨을 염두에 두고 이번 <죽음의 성물>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헤르미온느의 얼굴 표정과 행동들이 너무너무 딱 들어맞는것 같았다. 해리와 친구들간의 대화 장면은 정말 재미있게 묘사된 것 같다. 전 시리즈에서 나왔던 장면인 것 같지만 가령 예를 들면 헤르미온느가 말을 하는 장면인데 '...그렇다면 그건 볼드모트가, 오 론! 제발 그렇게 놀라지 좀 마...'라는 장면이다. 말을 하는 헤르미온느의 표정과 제스쳐, 게다가 깜짝 놀라며 온갖 인상을 쓰는 론 특유의 얼굴 표정까지 덤으로 떠오른다. 

동일한 소재로 책과 영화 두 작품이 만들어진 경우, 어느 것을 먼저 보는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을 경우 영화에서의 이미지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상상이 잘되고 더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읽는 이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볼 경우에는 읽는 이가 책을 읽으면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특권과 내용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지만, 책의 분량에 비해 짧은 런닝타임 때문에 축소된 영화 스토리와 감독의 취향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다른 작품들은 차치하고라도 <해리 포터> 시리즈 영화는 항상 나에게 실망만 안겨줬었기 때문에 <비밀의 방>까지만 영화관에서 보고 나머지는 안 봤다. 그래도 <죽음의 성물>을 내가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위의 전자의 경우라(엄밀히 말하자면 영화 <죽음의 성물> 이전의 영화들.) 그랬을 것이다. 

<죽음의 성물>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19년 후의 이야기이다. 용기와 모험심으로 가득했던 그들은 어느새 호그와트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어엿한 부모가 되어 있었다. 말썽꾸러기였던 그들이 학부모가 되어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가계도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는 즐거움도 느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비록 끝나기는 하지만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해리와 친구들이 또 어떤 모험을 겪게 될까 마음껏 상상하게끔 해주는 배려와 여운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작가는 19년 후의 짤막한 이야기로써 그런 배려를 무시해버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아무래도 성인이 되어 30대 후반에 접어들게 되면 젊은 시절의 꿈은 잊혀지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기 마련. 마법의 세계라서 다르려나?) 대신, 그들의 2세라는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내어 호그와트에서의 새롭고 멋진 모험의 가능성을 선물해 주었다. 작가의 이 작은 선물로 해리 포터의 모험이 끝난 아쉬움을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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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 포트폴리오 매니저 되는 법 -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금융의 꽃, 증권.운용업계 100% 취업 성공 전략
이재광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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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포트폴리오 매니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 두 직업을 희망하는 예비 금융인들을 위한 기초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책이다.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금융 초심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인 중에 증권사 RA(리서치 어시스턴트), 자산운용사 사모펀드매니저 였다가 이번에 모건 스탠리로 이직을 하게 되는데,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RA시절에는 보통이 밤12시에 퇴근이어서 밤 11시에 퇴근하면 감사했고, 지금도 하루에 4시간 씩 잘 정도로 빡빡한 하루 일정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술과 사람을 좋아해서 그렇게 바쁘고 고된 직장생활에도 술을 즐기며, 자기 공부할 건 다 하는 편이다.  

난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생활이 가능한가 의심스러웠다. 아마도 그 사람이 특이 체질일 거라고 타고난 체력 덕분이겠거니 했으나, 이 책을 읽어보는 순간 이 업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활해야 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하루에 6~7시간을 자는 것이 버거워 빌빌거리는 나인데, 저런 생활은 언감생심이란 말이다. 언론과 방송매체에서 보여지는 펀드매니저의 화려한 겉모습에 한 때 잠깐이나마 펀드매니저를 동경하고 공부했었던 나지만, 막상 실상을 알게 되니 내가 할 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일분일초 시각을 다투는 업무 진행과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하는 스트레스 속에서 나는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금융에 학구열은 식지 않았으나 내 기준으로 행복해 보이지도, 행복할 거란 기대도 되지 않는 금융업에 대한 열정은 식어버렸다. 

하지만 꼭 금융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금융 공부를 하기 위한 유용한 정보와 지침은 이 책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금융업에 대한 막연한 진로 계획만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읽고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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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0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동산 빼고는 재테크에 별 관심 없으시던 울 아부지께서 올해 주식투자를 하시겠다고 해서 오랜만에 며칠 2년 전 해보겠다고 만들어온 제 계좌 HTS에 들어가봤는데요. 저는 숫자 계산에는 영 젬병이고 관심도 없는데 금융에 대한 체계적 공부는 꼭 해보고 싶다고 몇 년전부터 생각했어요. 그때 금융은 아니고 주식초보가 읽을만한 책을 샀었는데, 어느 정도 관심있어야 그걸 혼자 독파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구요. 역시 직접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 또 좋아하는 것에는 괴리가 크다니까요. 그런데 이 책 진짜 어려워보인다; 흑.

금융은 유연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겠네요. 그럴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물이수님 글 보니까 더더욱.

oppa 2011-01-10 16:58   좋아요 0 | URL
허~ 제가 괜히 겁만 드린건 아닌가 싶네요~^^;
제일 좋은 건 직접 소액으로 투자해보는 것일거에요.
책을 아무리 독파하려 해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직접 해보면서 깡통을 차보면서(?) 배우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탐그루 1
김상현 지음 / 명상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참 오래 걸렸다. 12권까지 완독하는데 4~5달은 걸린 것 같다. 방대한 내용과 집중력 부족의 탓도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소설의 구조인 것 같다. 이 [탐그루]는 액자 소설의 형식으로 쓰여졌다. 근 미래시대(주인공; 비류)와 바르도 대륙(주인공; 수르카, 라이짐)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탐그루라는 마을에서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수르카'와 '라이짐'이 나중에 다른 길을 가게 되면서 3개의 이야기로 다시 진행이 된다. 문제는 이런 3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각각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 때 살짝 뛰어넘거나 중략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진행되는 이야기로 유추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흐름이 끊긴달까...거침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흡입력이 부족한 것 같다. 김상현 작가의 처녀작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또 후반부 12권에 접어들면서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매우 유감이다.

이야기는 근미래시대에서 사는 비류라는 소년으로 시작한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비류는 어느 날, 수상한 노인의 부탁을 받게 된다. 그 노인이 지니고 있는 랩탑을 줄테니 그 안에 있는 '세헤라자드'라는 프로그램을 삭제해 달라는 것. 랩탑이 마음에 들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지만, '세헤라자드'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게 된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병에 걸려 어린 나이에 죽어야 했던, 수상한 노인의 딸의 영혼을 에뮬레이터 시킨 것이다. '세헤라자드'는 자신을 살려주는 대신 비류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바르도 대륙의 탐그루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술탄에게 천일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어 목숨을 부지하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드 처럼 말이다. 

탐그루에서 함께 자란 수르카와 라이짐. 수르카는 마법의 말을 모으기 위해 자신을 쫓아오는 성황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라이짐은 억울하게 귀족에게 죽임을 당한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 위해 탐그루를 떠나 아케르 용병단에 들어가게 된다. 세상의 모든 귀족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아케르의 이념에 매료되어 용병단의 생활을 하지만, 그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희생당하는 생명들을 보며 수르카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명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없다며 용병단을 떠나 라이짐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용병단에 남은 라이짐은 정보를 다루는 정보부장으로서 승승장구하지만, 귀족을 없애고 자신들이 기득권 층이 되어버리는 아케르 용병단의 모습을 보고 그곳을 떠나 탐그루에서 어머니의 복수를 하고 수르카와 함께 탐그루를 아케르로부터 지켜낸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세계는 어느 일정 시점에서 조우하기도 한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때는 8년 전, 찜질방에 갈 때 보려고 친구의 추천으로 빌려 본 때였다. 1권만 빌렸었는데 그 한 권도 다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꼭 읽어봐야 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는데, 소설 도입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판타지 소설과는 많이 다른 것이 그 이유인데,(다른 판타지 소설을 많이 접해 보지는 못했지만) 탐그루에서의 마법은 마법사가 생각한데로 불이 붙고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는 마법이 아니다. 마법은 마음의 발현이며 마법의 말을 통해 구동된다. 가령 해리포터에서처럼 우리가 뜻도 모를 '윙 가르디움 레비오사' 같은 주문을 외우듯이, 탐그루에서는 우리 말로 주문을 외운다. 예를 들면 "해야할*일이*먼저고*하고*싶은*일과*할*수*있는*일은*나중이다" 이런 식으로 마법의 말은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마법의 말을 안다고 해서 마법이 발동되는 것은 아니며, 마법의 말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마법이 뜻하는 마음의 의미를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적이다. 사람의 마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다스릴 것인가에 대해 주인공은 고민하면서 성장한다. 

근 미래시대의 상황묘사는 10년 전에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참신하다. 언젠가는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거리를 담고 있다. 세계전쟁 후 통합정부의 출범이라든지,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검은 하늘과 붉은 달이라든지, 인터넷의 다음 세대인 Earth Net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려는 한 거대 기업의 야욕이 그러한 것들이다. 

바르도 대륙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명칭이나, 상황으로 녹아들어있다. 바르도 대륙에서 수르카를 포함한 많은 수의 고아들이 생겨나게 한 '3년 전쟁'은 한국전쟁을, 고대의 아모리카 대륙과 고대어는 아메리카 대륙과 영어를, 아무런 의욕과 의지가 없이 누워서만 지내다가 죽게 되는 레디삐병은 'Beatles'의 'Let it be'를, 세상의 종말이라 일컫는 마칸의 강림은 'machine' 즉 기계화 문명을 뜻한다.  이 밖에도 많은 상징들이 나타나 있다.

 

열두 권을 한 번에 쭉 읽지 못해 완전히 기억은 못하지만, 열두 권을 읽으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도 참 많았다. 일일이 표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말이라는 건 그저 사람의 마음이 남기는 흔적이라고 했다네. 그리고 우리가 흔적만을 이해하는 한, 결코 마음을 알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                                   - 11권 180쪽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쓴 이의 마음에 다가가는 일일세."               - 11권 181쪽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지만 온전히 그대로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다. 어딘가 왜곡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표출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이곳 줄루 산맥은 타실을 동타실과 서타실로 나누는 반목의 장이었지. 이 돌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더군. 여기서부터는 동타실이고 저기서부터는 서타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일이야. 다 같은 타실 사람 아닌가? 그 이전에 비스토브레 왕국 사람이고, 또 그 이전에 바르도 대륙 사람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 같은 사람일 텐데 말이야."                        - 11권 215쪽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강북에 사는 사람과 강남에 사는 사람은 다 같은 서울 사람이고,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은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더 큰 범주로 보면 우리는 아시아인이고, 우주로 나가게 되면 지구인인 것이다. 외계인이 침략하게 되면 우리는 서로 똘똘 뭉쳐 싸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 반목하고 작은 이익으로 인해 다투게 된다. 다 같은 사람일 텐데 말이다. 

평민들 위에서 군림하고 착취하는 귀족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외치던 아케르 용병단은, 막상 귀족들을 없애고 나자 자신들이 지배계급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며. 내 생각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하지만, 모든 사람은 평등하지 않고 평등해질 수 없을 것이다. 제각기 갖고 있는 능력이 다르고, 주어진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평등해 질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재산을 똑같이 분배한다고 해도 격차는 벌어지게 되고 다시 차별이 생길 것이다. 지배하고 군림하는 사람과 복종하고 유린당하는 사람. 현재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계급이 사라져서 지배하고 군림할 수 없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의 말처럼 능력있는 사람들은 차별과 불평등을 원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존재가 가치있어진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것들을 작가는 이 책에서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다. 작가의 모든 의도들을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후기를 대신하여' 부분에서 작가가 언급하고 있듯이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그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건 오직 이야기를 듣는 사람일 뿐이다. 탐그루를 읽고 느끼는 것은 읽는 이마다 다를 것이다. 비록 지금은 절판되어 쉽게 구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은 이 책에서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인상적인 마법의 말들  
 
  • 해야할 일이 먼저이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나중이다. 
  • 모든 일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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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1-0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으신다고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셨네요? 물이수님 댓글이 없으니까 저도 깜빡해서 이제야 놀러오잖아요. 수르카랑 라이짐은 이름이 참 독특하네요. 멋져요. 내용도 신선하고. 리뷰가 좋네요.^^

2011-01-0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끼 세트 - 전5권
윤태호 지음 / 한국데이타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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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외진 시골 축축한 밤에 한 사람이 숨을 거둔다. 이장을 위시하여 마을 사람들은 시신을 확인한다. 그리고 숨을 거둔 류형목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전화를 하여 장례를 치르라 지시한다. 때마침 그 아들이자 주인공인 류해국은 수사기관의 비리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싸우느라 직장과 가족에게 버림을 받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던 차에 평소 왕래가 없었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서울을 떠나 그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을 피해 그 마을에 정착하려하는 류해국과 그런 류해국에게 강한 위화감과 거부감을 품은 이장과 마을 사람들 간의 사건들이 펼쳐지게 된다. 


이끼라는 인터넷 만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단 것을 보니 연재 당시 이 만화의 인기를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을 공동창고에서 야밤에 류해국이 전구를 켜는 장면에서는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였다. 전구에 구멍을 뚫어서 필라멘트가 산화했다느니, 수명이 다 된 전구를 마을사람들이 미리 바꾸어 놓았다느니……. 참 웃겼다. 그리고 거의 매회 마다 이런 장면은 이것을 의미한다면서 혼자만 깨달은 듯이 잘난 척들을 해대는 꼴이란 참 가관이었다. 정치적으로만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이장의 제목이 ‘이 새끼’, ‘이장 새끼’의 줄임말이라는 재탕 삼탕을 우려먹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건 제쳐두고서라도 왜 제목이 이끼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이끼는 해가 잘 들지 않고 음습한 지역이면 세상 어느 곳에나 있다. 이 마을에서 일어나거나 마을사람들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특수한 사건들이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들이 이 세계 어느 곳이든지 존재하는 일들이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전쟁·살인·매춘·강간, 국가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정경유착, 돈과 권력에 의해 정립되는 논리와 정의, 그리고 온갖 비리들. 이끼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기 위해서는 온 세상을 평평하게 만들어서 그늘을 없애고 물을 없애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 알게 모르게 만연해 있는 이런 것들을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사람이 있으면 사회와 조직이 형성되고 그 조직 안에서는 위계가 있고 권력이 생기고 비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이치다. 더구나 그 조직이 커질수록 정도는 심해질 뿐이다. 여하튼 이래서 이 만화의 제목은 이끼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이 나와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느끼는 바가 나의 정답이니까.
 

이야기 중간에 마을 사람들의 일화가 나오는데,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사정을 보여주고 그것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 줄 알았다. 특히 이성규의 죽음을 알리는 이장과 이성규의 부인의 통화 장면은 가슴 한구석이 턱 막혔었다. 서울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이성규의 부인은 예전에 화재사고를 겪었던 매춘여성 중 생존자였던 것이다. 나는 마을 사람들이 과거에 어떤 사정이 있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지만 잘못을 뉘우치고 자기들끼리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매번 의심하고 확인하는 것이 천성인 류해국이라는 낯선 이가 마을에 들어옴으로 인해서 불안과 갈등을 겪으며 점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절대선과 악의 구도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사람의 세상사는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하고 좋아했었다. 일본 만화 ‘몬스터’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대는 마을 공동 소유인 영지라는 여자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강간과 무자비한 횡포, 절대 악으로 비춰지는 천영덕 이장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덕분에 마지막 장면인 '화룡점정‘이라는 장치적 도구는 관심도 없어졌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결말은, 피도 눈물도 그리고 양심까지도 없는 천용덕 이장을 위시한 마을 사람들의 만행이 우리 사회에서 일말의 양심도 없이 정치 행세와 권력을 휘두르는 윗대가리들의 위선이라고 꼬집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끼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말이다. 이끼를 박멸하는 것은 우리들의 요원한 미래며, 영원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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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0-3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영화도 안보고 만화도 안읽어서 어떤 내용인지 감이 안오네요. 그런데 이끼가 그런 의미이군요. 그럼 제가 좋아할 것도 같은데.. ^^

oppa 2010-10-30 15:45   좋아요 0 | URL
허어억~ 초라하디 초라한 제 서재에 오신것도 모자라 댓글까지 남겨주시다니~ ㅠㅠ
쑥스럽네요. 다른사람이 제가 쓴 글을 읽었다는 적나라한 증거라서.^-^;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제 서재의 첫 댓글이십니다!! ㅜ^ㅜ

아이리시스 2010-10-30 21:38   좋아요 0 | URL
뭐 트로피나 부상 그런 건 없나요? 상금도 좋구요.ㅋㅋ

2010-11-02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0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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