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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 Bridesmaids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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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esmaids(원제: 신부들러리).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제목은 '내 OO친구' 시리즈 제목들에 편승하려고 갖다 붙인거 같은데 미국식 사고나 한국식 사고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색한 수많은 영화 제목들 중 하나이다. 한국 사람들은 동성 친구를 일컬을 때 '내 친구'라 하지 내 여자친구 혹은 내 남자친구라 하지 않으며, 영어권에서도 동성 간의 친구사이는 그냥 'friend'라 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제목으로 한국에서 개봉한 것은 90년대 후반에 국내 개봉한 흥행한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My Best Friend's Wedding)'이라는 영화의 후광에 무임승차하려는 국내 배급사의 얄팍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내 OO친구 시리즈의 효시인 이 영화조차 번역이 어색하다. 이 영화를 안봐서 사귀던 남자친구가 여주인공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배급사와 해당 홍보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제목은 영화의 일부분이며 하나의 주제를 나타내는 중요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제목으로 선정하므로써 영화 감상에 방해를 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결혼식의 신부가 아니다. 내 친구의 결혼식이니까... 또 그렇다고 결혼식이 영화의 주제도 아니다. 영화 원제처럼 신부들러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애니가 친구의 들러리를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엉망진창이고 불운하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용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 개봉 제목은 엉뚱한 곳에 초점이 맞춰져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엉뚱한 기대를 갖게 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신부들러리라는 단어가 촌스러우면 영어 원제 그대로 썼으면 좋겠다. 아니면 더 그럴듯한 한국어 제목을 붙이거나.
어쨌든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여자 배우들의 망가지는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낄낄거리며 보게 만든다. X-men: First Class 에서 나온 로즈 번을 때문에 찾아본 영화인데 크리스튼 위그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예쁘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여주인공이라 생각했는데 영화 속 애니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줬다. 보면서 저 역할에 어울리는 한국 여배우는 김정은이나 김선아가 제 격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국 시트콤 'The IT Crowd'에 나오는 크리스 오다우드의 재발견.
자신의 신세한탄만 하는 주인공 애니를 보며 느낀 점,
세상을 향해 불평할 시간에 죽을 때까지 노력하자.
죽을 때까지 해보고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면,
죽을 때가서 죽기 전 몇 시간 동안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이 더러운 세상!"하고
실컷 욕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자.
아니면 앞으로 남은 40~50년 동안 불평만 하고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는 노력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