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中 

 

춘수 형님의 이 시는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뜻한다. 

이름은 대상의 개성을 특징 지어준다. 사물일 경우에는 이름의 유래라는 것이 있듯이, 이름에 사물의 특성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사람의 이름은 어떨까? 사람의 이름은 이름처럼 살기를 바라거나 이름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면 싶은 소망을 담아 지어준다. (비록 예전에는 소망만을 담아 짓기도 했지만. 말녀, 끝순이, 말숙이, 종숙이 등등.) 그렇기에 이름을 떠올리면 그 사람의 외모와 성격, 이미지 같은 것들이 같이 떠오르게 된다.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 이름은 없다. 내 이름은 잘 불리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의 개성과 향취로 가득찬 내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저기요, 이거요...로 시작되는 대화들. 조화속의 부조화 같은 존재이다. 참고로 한 달전에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좋은 대학에 좋은 스펙들을 달고 당당히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난 이방인이고 잠시 머물러 있다 갈 사람이니까 그들과 나의 지금 관계는 당연할지도 모르나, 이름 정도는 알고 불러야 하지 않은가? 한번도 나와 접촉하지 않았고 업무적으로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자주 일을 부탁하고 부딪치는 사람이라면 이름 정도는 불러줘라. 내 이름이 '저기요'는 아니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