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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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13년 전 중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을 보러 갔을 때였다. 처음 본 연극이었고, 바로 앞에서 배우들이 공연한다는 생소함만 가득이었다. 작품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극중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에서만 웃으며 공감했었다. 

그러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직접 읽게 되었다. 

사뮤엘 베케트가 말했듯이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는 정의되어 있지 않고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주는 저자의 큰 배려라는 나의 생각이다. 고도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몫은 독자에게 주어진다. 굳이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고도는 우리가 '바라는 것들'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도가 '무엇'인지가 아니라, 고도를 기다리고 대하는 우리의 자세, 즉 '어떻게'이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언제올지도 모를 고도를 오늘 내일하며 '기다리기만'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목적을 이루고 나서 얻는 성취감과 만족은 대부분 '부단히 노력'한 만큼 오래가지는 않는다. 인간의 만족과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또 목적을 이루고 나서 올 수도 있는 허무함 때문에 목적 달성의 성취감은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시 새로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 다시 부단히 노력한다. 기다림의 반복이다. 우리의 삶은 끝날 때까지 기다림의 반복이다. 최종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꼭 목적을 이루는 상황이 아니라,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지겨운 시간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가령 제대를 한달 앞둔 말년 병장이나, 퇴소를 하루 앞둔 말년차 동원훈련 예비군들 같은 경우.)

이러한 기다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순간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낼 것인가. 언제 어느 순간 찾아올지도 모르는 죽음 앞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나에게 사뮤엘 베케트는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 소중히 하라는 일침을 가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와 일맥상통하는 가르침을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나는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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