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 정체성을 찾아...
10대 영화를 기획하게 되면 부실한 시나리오, 어설픈 연출, 어눌한 연기에 전형적인 청춘물이라 폄하하기에 일관된다. 후아유는? 뭐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곳곳에 PPL에 도입되어 있으며, 그것조차 10대 마냥 당당하게 얘기하고 있다. 63빌딩, TTL, 버거킹, 그리고 대기업 광고에서 패러디한 인어공주 쇼(?) 장면은 영화와는 별개로 유명세를 탓던 적이 있다.
영화의 내용도 패러디 영화 처럼 어디서 봤는데 라는 의문부호를 남겨놓게 한다.
티티카카라는 커피숍 앞에서 망설이는 두 남녀의 모습이라든지, 채팅게임 사이트 속의 가상인물과 현실 속의 인물, 고층빌딩의 몸단련 달리기, 등등........
참 묘한 것은 이런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꽤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통점으로 뭉칠 수 있다고 얘기하면 잘 이해 못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어리둥절 할런지도 모르겠다. 희한하게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채팅게임 사이트는 여전히 운영중이다. 게다가 영화가 방영되는 그 시간에는 회원가입수 증가와 함께 게시물로 북적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1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며, 대개의 영화 홍보용 사이트들이 영화가 잊혀질 무렵 사라진 것과 다르게 여전히 왕성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화의 공식 사이트와 별개로 채팅게임 사이트는 운영되고 있다.
'후아유?' 라는 물음은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비밀로 되어 있는 가상공간에서 시작이자 끝이 될 수 있는 물음이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자의적인 물음일 수도 있다. 내가 누굴까? 왜 여기 있는 것일까? ........ 청각을 상실한 여주인공 서인주(이나영)는 보청기만 빼면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 들 수 있는 가상공간을 이미 갖고 있는 자폐적 인물이다. 그런 가운데 후아유 라는 또 다른 가상공간에서 '멜로'라는 인물과의 만남은 굳게 닫혀 있는 자신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인주라는 인물은 가상공간을 만드는 남주인공 형태(조승우)와는 달리 현실에 대한 강인한 투쟁의식으로 삶에 의미를 두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다소 무모한 행동은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고 생존의식이었던게다. 그런 그녀에게 성공에 눈먼 배고픈 게임기획자 형태는 현실과 타협한 비겁한 인물로 밖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순간 그녀에게 갑작스러운 형태의 사랑 고백을 받아들인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멜로'를 다시 찾는 '별이'는 그녀 내면의 당연한 귀결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결국 '멜로'와 형태가 같은 인물이었다는게 밝혀지면 그녀는 다소 혼란에 빠져들지만, 영화는 종반부로 빨리 달려야만 했던게다.
다소 유치하고 허접하기 까지 하다. 게다가 약간은 지루할 법한데 다행스럽게 1시간30분이라는 플레이타임을 조금 오버했을 뿐이다. '접속'이 30~40대의 감성멜로였다면, '후아유'는 10~20대의 감성멜로다. 나름대로 존재가치가 있으며 재미있다. 채팅게임도 재미있으려나?
Who a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