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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비싼 초고층 아파트가 있다. 내부에 학교와 약국, 피트니스 등이 모두 완비되어 있고, 주변의 너절한 환경에서는 거의 고립된 하이 클래스 명품 주거 공간. 이곳에 전문직 종사자들을 비롯한 고소득자들 1천가구가 입주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몇 달만에 지옥으로 돌변한다. 아파트 주변은 투척된 쓰레기로 둘러싸이고, 벽면에는 대소변이 흘러내린다.

 

이렇게 되는 데는 뭔가 계기가 필요한데, 작가는 그 계기를 소설 첫머리에서 정의한다. 로버트 랭 박사가 개를 구워먹으며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찾으려 지난 3개월을 반추하는 것이다(물론 그 실마리는 찾아지지 않는다.). 이들은 어린애도 아니고 광인도 아니다. 심지어 출근해야 할 직장도 가지고 있으며, 광란의 도가니에서도 아침이면 몸을 씻고 출근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밤이면 이들도 똑같이 다른 층 주민을 사냥하러 다닌다.

 

엘리베이터의 출입을 막기 위해 통로가 파괴되고, 중앙공조장치에 대변이 뿌려지며, 층별로 전선이 형성되고, 인간들은 습격대를 조직하여 남의 집을 때려부수고 약탈과 강간의 축제를 벌인다. 그 와중에서도 슈퍼마켓은 돌아가고 관리인은 풀장을 청소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지는 않는다. 복도와 현관은 바리케이드가 되고, 그 와중에서도 인간들은 무언가를 부득부득 먹어치우며 생존해 나간다. 그 누구도 밖에 도움을 택하지 않고(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밖의 그 누구도 이 지옥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사소한 사건들이 누적되고 갈등이 표면화되는 과정은 뜬금없다싶을 정도로 뻔한 내용들이고, 그것이 내놓는 결과는 참혹하다. 문명의 중심에서 문명이 몰락에 이르는 것이다. 발라드는 이 과정을 몰인정할 정도로 차갑고 잔인하게 묘사해 나간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바라본 인간들은 마치 체스의 말처럼 그려지며(신이 되고자 하는 앤서니 로열/바바리안이 되고파하는 리처드 와일더/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로버트 랭 등), 이들 모두가 퇴화와 몰락의 과정을 거친다.

당연히도,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데 제대로 된 설명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발라드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인간이 원래 그래”. 이러한 내용들을 보고 골딩의 파리대왕을 떠올리는 것은 일견 정당하다. 하지만 액션 영화의 팬이라면 크리스티앙 알버트의 2009년 영화 “팬도럼”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이 이 소설과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을 그리는 방식이나 그 막장을 제대로 재현한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와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발라드의 이야기를 제일 처음 접한 것은 슬립스트림을 언급한 비평글이었지만,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피터 마쓰의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 좀 더 가깝다. 친구라고 믿던 이웃들이 무슬림을 사냥하러 다니던 지옥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취재원 생활을 한 마쓰는, 인간의 이성이 사멸하는 그곳을 논하며 이 소설을 인용한다. 그래서 “크리스탈 월드”하고 몇 편의 단편소설을 읽어 보았는데, 참 감당하기 힘든 작가인 것만은 사실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렇다. “발라드의 지옥은 지금까지의 지옥과는 끕이 좀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마쓰의 보스니아 르포가 이 수준에 달한 몇 안 되는 책이다.

 

 

※ 번역 면에서의 문제를 짚기는 좀 애매하다. 원문의 문장 자체가 좀 건조해 보이니까 번역문도 그런 식으로 나오고, 그 과정에서 비문이나 호응이 안 맞는 문장들이 나올 수 있다고 이해는 가능하다. 하지만 “얇은 허벅지”라는 문장은 김이 확 샌다. 대세에 지장을 안 주는 한도라고는 하지만, 일단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오류라고. 앞으로 발라드의 멸망 삼부작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는데(불에탄세계/물에빠진세계/크리스탈세계) 다음 책은 좀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이번 소설이 꼭 대박나서, 크래시하고 콘크리트섬도 발매가 되어 줬음 한다.

 

수정: 박해천 선생이 투이타에서 크래시는 출간이 되었다고 알려 오셨음. 찾아 보니 물에 잠긴 세계도 발간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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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제나처럼 좀 긴 서설
어제 회사 체육대회 끝나고 서점에 아돌프에게 고한다 를 사러 갈랬더니, 세미콜론...... 9000원짜리 5권이라니 이건 너무 무섭잖아! 그래서 그냥 나오다가 드미트리 글루콥스키의 메트로 2033 을 사왔다.

제우미디어... 제우미디어... 어디였나 했더니 판타지·무협 등의 덕질에 강한 회사였다. 덕분에 책이 싸게 나온 듯. 황금가지였으면 11~11.5pt 때리고 행간·마진 박고 e-light에 찍어 두툼하게 400페이지짜리 두 권으로 나왔을 책이, 9.5~10pt 정도의 빡빡한 조판에 묵직한 600쪽짜리 페이퍼백으로 나와 줬다. 만사천팔백원. 오 굿. 홈페이지 뒤져 보니 딘 쿤츠의 Watchers낯선 눈동자 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됐던데, 이거 정말 대단한 작품임. 일독을 권함.


2. 여튼 소설로 돌아와서.
상상력이 기똥차다. 핵으로 인해 모든 인구가 지하철역으로 기어들어가 지하철 역 하나마다 국가를 세운 상황을 바탕으로 하는 모험물. 역명도 그렇고 역사적인 면에서도 소련과 러시아라는 특이성이 있어 읽는 게 조금 벅차긴 하다. 모스끄바 친구들은 맨날 보는 노선도에 역명이라 쉽게 적응을 했을 텐데, 쎄울메트로 노선도만 외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좀 벅찰 수 있겠다.

그래서 친절하게 이걸 한국으로 옮겨 봤다. 서울지하철에서 1호선은 어버련이 먹고, 3호선의 삼성제국과 동맹을 맺는다. 4호선을 북조선이 점령하고, 민노당이 무장투쟁으로 회현-대학로 라인을, 사회당이 홍대-상수 라인을 점거한다. 2호선 바깥쪽은 자치구가 서 있고, 동대문 바깥쪽은 돌연변이가 침투한다. 이 상황에서 경복궁 자치구에 사는 주인공은 친구의 부탁을 받아 터널을 타고 문명이 발전한 용산-서울역으로 메시지를 전하러 떠난다. 이게 대충 프로도 배긴스가 샤이어를 떠나는 정도의 결단.

지금 여기까지 읽었는데, 앞으로 벌어질 일이 꽤 재미있어 보인다. 100개가 넘는 역 중에서 지금 딱 두 개 진군했는데도 두근두근하다. 한 가지 아쉬운(아니, 한계라 할 만한) 점이 있다면 역 이름이나 역 간 간격, 각 역이 상징하는 것들이나 주변 상황을 모르다 보니 이해에 한계가 좀 있다는 것. 특히 뒷날개의 노선도를 자주 봐야 하는데, 아예 별도로 잘라 책갈피 쓸 수 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도 20개국에 번역 출간도 되었다 하고, 한 50쪽 읽고 나니 꽤 흡인력이 있고, 대충 출근길에 100쪽 넘게 읽어 치웠으니 꽤 재미있는 책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아무래도 지하철로 3분거리인데 도보로는 하루 이상 걸리는, 그나마 위험천만한 대장정이라는 것, 하나의 세계가 한 도시의 지하철 노선 안에 응축되어버린다는 것 등이 사람들의 구미를 자극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일단 러시아 사람들 중 모스끄바 지하철 노선도를 서울 지하철 노선도만큼 빡빡하게 외우고 그 안에서 재미를 찾아낼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걸 고려해 보면 소설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은 있지 않았나 싶다.

3.
작가는 후속작인 메트로 2034를 출간하여 러시아 베스트셀러에 올려 두었으며, 헐리우드와도 접촉 중이라고 한다. 다만 여러 개의 지하철 세트를 설득력있게 재현해 내고 그 안에서 크리처물에 가까운 액션 장면도 넣고 하려면 아무래도 자금 문제 등이 있을 것 같다.

이에 제우미디어 쪽에서도 2권 발매와 발맞춰 서둘러 1권의 2판을 내놓았다. 그래도 1권이 이미 4쇄까지 찍은 걸 보면, 장르 문학 쪽에서도 제우미디어 류의 또 마이너한 취향이 있어서, 그쪽 팬덤이 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반길 만하다.

다만, 번역자가 영어·독어 전문이고 고유명사 중에서도 헌터/스토커 등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영어 중역일 가능성이 높은데, 원본 판본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것 같아 좀 그렇다. 덕을 겨냥한 출판사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역자의 말이나 해설 같은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소설 내용만으로, 간지도 거의 없이, 빡빡하게 찍어 버린 것 보면 이것도 나름 에코매니지먼트인가 하는 농담도 나올 법한 부분이 있다(물론, 농담이다.).

4.
그건 그렇고, 책 일부만 읽고 리뷰 쓰는 이 고약한 버릇은 좀 어떻게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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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도 일일일 하다 보니 사놓은 책들이 진도가 안 나간다. 열어 두기만 한 책들만 대여섯 권 되고, 몇 권은 한 2~3년째 20% 언저리를 왔다갔다 한다. 얼마 전 시작한 르낭 책과 신상희의 하이데거 책은 “아 요즘 머리가 제대로 썩었구나” 하는 장탄식을 내뱉게 하고 있으니, 마음이 안 좋다. 그래서 읽히는 책을 보자 하여 아래 두 권을 질렀다(...)


1.
야로슬라프 올샤 2세와 박상준이 공동 기획한 체코 SF 걸작선이다. 제일 부러웠던 게 몇 가지 있었다. 체코에서는 20대 초반에 SF 팬진을 내면 읽어 주는 사람이 있고, 그 팬진을 쓸 만큼 뭔가 출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제일 부러운 건, 이런 덕질(...)을 하면서도 사람이 일을 해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물론 좀 슈퍼맨 같긴 하다.).

잡설이 길었는데, 보통 체코 소설하면 생각나는 건 카렐 차펙이라 할 것이다. 이 책 말미에 실린 해설을 보면, R.U.R.이 1925년에 우리말 번역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하니, 역시 덕질은 만국공통 당시에도 작품에 대한 감식안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잡설인데, 에에... 작품들의 완성도가, 질투가 날 만큼 높다. 지금까지 '브래드베리의 그림자'까지 읽었으니 짧게 정리. 한 작품도 버리기 힘들 정도인데, 지금까지의 베스트는 '스틱스'와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르지 네트르발의 '스틱스'는 돌아올 수 없는 황천의 강을 '아리아드네'라는 행성으로 옮겨 놓았다. 초공간 물리학을 이용하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만들어 두고, 저편에 있는 땅을 밟을 것인가를 고뇌하는 인간을 그 위에 심었다. 순문학의 영역과 SF의 영역 사이의 균형이 적절하다. 반면 페트르 헤테샤-카렐 베베르카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장르문학 두 가지를 잘 섞어 두었다. 워쇼스키의 '매트릭스' 이후 많이 나온 주제인 가상 현실과 현실 세계의 관계지음이 첫째요, (좀비 게임을 살짝 뒤틀어) 좀비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게임 시나리오 기반의 스토리텔링이 둘째다(이를 테면, '디스트릭트9'이 철거민/게토의 문제 위에 '헤일로'의 액션을 얹었다든지, 오시이 마모루의 '아바론'이라든지...). '아인슈타인 두뇌'는 요즘 내가 '열심히 살기'에 대한 회의가 많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없었던 관계로 패스(많이 흔들렸다......).


2.
위 책에서 읽은 분량이 문학적인 깔끔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김보영의 이 단편집은 꽤 하드한 내용 기반이다. 하지만 이 작품집이 담고 있는 과학적 질문보다는, 이 작품들이 근간으로 삼고 있는 몇 개의 질문을 살펴 보는 것이 좋겠다. 스포일러가 되는 질문들을 생략하다 보니 몇 개의 작품은 빠졌다. 이건 고메나사이~

유기 생명체가 멸종한 지구에서, 인간이 만든 로봇이, 인간의 존재 자체를 망각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가, 유기물에 대한 연구를 기초부터 쌓아 올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종의 기원'을 읽으면 되고, '종의 기원;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말하면 스포일이에요~).

경험론자들의 백지설(타불라 라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받아들인 경험과 지식으로 결정된다. 그렇다면 감각이 완전히 박탈된 클론은 무엇을 느낄까? 그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할까? '촉각의 경험'은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수한 유전자'는 제목에서도 보듯 인간의 아종분화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그 점에서 H.G. 웰즈의 '타임머신'에 겹쳐 읽었는데(몰록과 엘로이), 김상훈은 백인과 홍인(미국 원주민)의 갈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나도 김상훈 의견에 좀 더 가까워졌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한 키바의 주민들과, 문명의 이기에 꽁꽁 둘러싸여 사는 스카이돔의 주민들을 대립항으로 두는 것.

빛에 가까이 다가가면 시간은 무한에 가깝게 느려진다. 한 인간이 몇십 년을 아광속으로 달렸을 때 그는 우주의 끝까지 이동해 갈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은 결국 시간을 가로질러 달리게 된다. 이 '시간 여행자'는 문명의 명멸을 어떤 방식으로 관조할 것인가? '미래로 가는 사람들' 4연작을 읽어 보면 되겠다.


3.
전체적인 질문들의 무게나, 이에 기반한 기술들을 보면 상당히 깊고 정교한 고민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상훈이 책 말미에 '본격 SF'라는 말을 달아 둔 것도 그렇고, 이 작품들이 발표되었을 때 SF 비평계의 감격은 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와 드디어 걸출한 하드 SF 작가가......'라든지.

하지만 여기 대해서는 약간의 유보 조항을 두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건 내가 SF가 '사이언스'인가 '픽션'인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고, 정답은 '둘 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인 동시에 우선권 다툼 같은 것도 생긴다. SF는 사고의 지평을 열어야 하는 동시에, 소설로서의 재미도 갖추어야 한다. 결국 SF는 두 개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둘 중 하나의 강점이 다른 하나의 약점을 커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김상훈이 듀나와 김보영을 비교하는 부분에서의 문제가 이것인데, 김상훈은 유려한 문장이나 사고의 구조에서 듀나를 위시한 작가들이 과학적 상상력보다는 문학적 상상력 쪽에 치우친 것 아닌가 생각하는 쪽이고, 사실 '한국 SF 풍토'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고민이다. 하지만 난 그 부분에 대해서 내 유보조항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미있고, 잘 짜여진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과, 그 이야기의 디테일이 조탁되었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양립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SF는 소설적인 재미와 정교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5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폭풍처럼 하루만에(정확히 말하면 출·퇴근길에) 몰아쳐 읽는 와중에도, '아 이 부분은 사건들을 좀 더 콤팩트하게 쳐서 질주하듯 달렸으면 좋겠어' 하며 아쉬워하게 한다든지, '이 부분을 굳이 이렇게 강조한 의도가 뭐지?'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이 생긴다. 이건 저자들한테 '쌤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를 입에 달고 살던 편집자 출신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이런 걸 '빌어먹을 편집자 놈의 돼먹지 못한 욕심'이라고 부를 수 있을 수도 있겠으나, 선배들 그늘에서 너댓 권 만들어 본 게 다라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그리고, 어쨌든 편집자가 손대기 시작하면 좀 conventional한 얘기들이 강해지게 마련이라......).

사실, 그래서 초기 중·단편에 대한 감동만큼이나 작가의 발전상을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고,  더 많은 책들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문제는 여기저기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뿌린 책들이 '우라지게' 많다는 점이고, 그래서 그 다음 작품들을 모은 또 한 편의 작품집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명훈 등 반가운 얼굴도 있고 하여 쓸어담다가 흠칫(13권 정도 되더라...... 다 담기 귀찮아서 작가 파일을 첨부함 -_-).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어, 나도 모르게 입덕의 관문을 넘는 일은 피한다'는 지론이 무너질 뻔했다.. 그것이 어쨌든 요즘 한정된 두뇌 용량으로 살아가는 내 지혜이므로,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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