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헬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에디 캄벨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영국 올림픽이 한창이라기에 음, 영국하면 모더니즘이고, 모더니즘의 뒷면은 빈곤과 데카당트이지 암암. 하다가, 그럼 잭 더 리퍼를 다룬 이놈의 작품을 한 번 볼까 싶어서, 책장을 뒤져뒤져 찾았다(사 놓고 까먹고 있었음.). 그리고 2일 후인 오늘 2일 전의 자신을 저주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저놈의 자유연상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저 책을 샀다는 걸 철저히 까먹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래픽 노블, 아니 소설이라고 하자. 이 소설의 내용은, 빅토리아조의 타락과 빈곤(초점은 빈곤과 처절한 뒷골목의 삶에 있다.)을 주인공으로 하되 프리메이슨의 광기와 드루이드/오컬티즘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고, 모더니즘 시대의 과학과 그것이 불러온 데카당트한 혹은 블레이크적 환상들을 뿌려 둔다.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것은 잭 더 리퍼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 대단한 책이라고 말할 수가 없고..... 부록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대부분의 사건과 디테일마다 자료 목록 및 자세한 배경 상황 설명을 넣어 두었다. 심지어 자신들이 제시하는 디테일에 관해 논쟁이 있을 경우 “이건 누가 뭘 제시한 이후로는 요즘 아무도 안 믿는 설이지만 무엇 때문에 남겨 두었다.”며 설명을 다 붙여 두었으니, 1차 사료는 모르겠지만 2차 자료는 샅샅이 긁어다 읽었다고 보면 되겠다.


리퍼가 사람의 몸을 찢어 놓은 순서나 청문회에서의 증인들의 증언에 맞춰 디테일을 짜고, 가끔은 서류가 그대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의학 자문도 받은 듯한게, 사람의 몸이 찢어지는 과정을 몸 안에서 보는 앵글도 나오거든......그런 면에서는 에디 캠벨의 디테일이 재미있는데, 당대 영국의 뒷골목을 꼼꼼하게 고증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그림으로 옮길 때는 거친 펜선과 극단적인 B/W로 뭉개 버린다. 이게 좀 아쉽게 느껴질 수는 있는데, 오히려 이런 디테일의 생략이 상상력을 더 증폭할 수도 있겠다. 칼라로 그려진 인간의 난도질 당한 내장보다는, 그냥 흑백으로 보고 머릿속에서 상상하든가 연상을 끊어버리든가 하는게 낫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쉽지는 않다. 드루이드 역사 강의와 오컬트에서 호크스무어의 건축물로 뛰었다가, 제임스 힌튼/하워드 힌튼의 4차원 시간세계로 뛰었다가, 이스트엔드 창녀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인간 도축의 장면으로 뛰어넘다가, 갑자기 천상 세계와 지옥과의 공간워프/타임워프를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놓여 있는 (빅토리아 여왕과 프리메이슨 포함한) 등장인물의 섬뜩한 생존본능, 그리고 그것이 낳은 피의 홍수를 보면, 정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다.


다 읽고 나니 몸이 많이 아프다. 펜과 먹으로 칠해 놓은 디테일이 마치 사포처럼 머릿속을 긁어 놓는 걸 보면, 앨런 무어든 에디 캠벨이든 정말 대단한 작가인 건 맞는 듯하다. 이걸 어떻게 견디면서 쓰고 그랬나 모르겠다. 그러니까 사실, 멘탈이 약하신 분들께는 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아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한국대표팀 파이팅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럭키잭 2018-07-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세로 흉물스레 똥칠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