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곳은 어떤 곳일까. 나는 궁금했다. 김영하의 것이라 더 궁금했다. 소설이 있었다. 소설을 읽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일본인과 그를 좋아한 한국 여인의 이야기. 한국인들은 그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진다. 독도는 누구 땅? 뭐 그런 질문이다. 그 어려운 질문을 그를 이리 저리 잘 피하고 한국 여인의 마음은 애간장 타는데, 김영하의 소설답다. 한마디로 재밌단 말이다. 사진도 있었다. 사진을 읽었다. 일본에 이런 것이 있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뜻밖의 사실을 알아서 메모장을 열어 급히 적었다. 언젠가 그 파일을 다시 열어볼 날이 오겠지? 후. 나도 여행자가 되고 싶다. 책을 보면서 가슴이 들썩거리는 느낌, 그런 다짐으로 달래본다.
‘야시’를 워낙에 재밌게 봐서 기대를 했는데, 그 내용 전개에 약간 당황했다. ‘야시’를 안 봤다면 모르겠는데 ‘야시’를 보고 나니 이 소설이 좀 식상하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을 다시 만난 그런 느낌이다. 아마도 ‘야시’가 워낙에 강렬해서 그랬는지도.
더웠다. 요즘은 유난히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몸에 땀이 나는 그런 날들이었다. ‘낙원’을 읽었다. 이 더운 날에 ‘모방범’의 반만 해줘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오싹. 새벽에 읽었는데 무서웠다. 누군가의 약점을 알았을 때, 그것을 갖고 협박하는 인간의 몰염치함과 뻔뻔스러움, 그리고 악랄한 사건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검은 세력… 시게코가 사건의 핵심에 다가갈수록, 그것의 전말이 드러날 때 내가 느꼈던 경악스러움은, 오싹함, 그 자체였다. 인간이란 이리도 무서운 것이었나. 인간이란 이리도 악랄한 것이었나. ‘모방범’의 후속작격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모방범’에서 시게코가 얻었던 그 상처들이 치유되는 그것을 보며 그것을 알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슴 찡한 결말. 가슴을 꽉 채우는 그 찡함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라 놀랐다. 미야베 미야베, 정말 대단하다. ‘낙원’을 보는 동안 덥다는 생각을 못했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유난히 놀랐을 정도로 오싹했다. 그러면서 가슴을 꽉 채우는 그 결말이라니! 아름답다. ‘낙원’은 아름다운 소설이다.
오랜만에 한국 작가의 추리소설을 봤다. 이 작가가 ‘미술관의 쥐’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그 책은 보지 못했다. 곧바로 ‘코미디는 끝났다’로 넘어온 셈이다. 한국 추리소설에 대한 내 감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응원하는 마음이고 두 번째는 외국의 고품격 소설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져서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언제나 고민이다. 우리나라 것이라고 해서 수준이 좀 떨어져서 응원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냉정하게 내 감정을 뱉어내야 하는 건지. 이 소설은? 묘사는 수준급이다. 며칠 후에 죽는다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받기 시작한 코미디언. 그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점점 초조해져서 모든 것을 다 의심해가는데, 그 과정이 잘 묘사된 것 같다. 휙휙 읽어갔다. 그렇다면 트릭은? 이건 그걸 피해갔다. 일종의 심리 추리소설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고, 끝맛이 약간 찌릿하게 남는다. 좋으면서도 뭔가 아쉬운 그런 것.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어설프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것. 그렇지만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소설. 코미디도 끝났고 소설도 끝났고, 나는 새로운 책을 찾아 떠나야겠다. 다른 작품으로 다시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