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나오자마자 주문했던 건, ‘나무’를 워낙에 재밌게 읽어서였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주문했다. 그리고 받자마자 읽었다. 그리고 완전히 실망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환상적인 존재였다. 그의 소설은 완벽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 놀라운 상상력에는 몇 번이고 감탄했었다. 그런데 ‘파피용’은, 너무 식상하다. 단지 식상하기만 한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너무 질질 끈다. 또한 갑작스럽다.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억지로 늘려서 간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자가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기획을 만들었는데 부자가 돈을 투자한다. 과학자는 자기 때문에 불구가 된 여자에게 항해를 맡기려고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읽으면서 좀 웃겼다. 이 이야기가 웃긴 것이 아니라, 처음과 달리 이들이 무슨 ‘투사’가 된 것처럼 행동했기에 그렇다. 그렇게 의지가 충만한 이들이 아니었는데, 어찌 된 거지?

어쨌든 그들은 우주로 나가서 지구와 달리 천국같은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그걸 읽은 순간, 코웃음이 나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어째서 이렇게 쓴 거지? 누구나 뻔히 알 수 있는 거잖아?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만 읽었어도 알 수 있는 거잖아! 설마, 했는데 정말 그렇게 나온다. 악의 탄생.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더니, 소수만 살아남고, 거기서 이야기는 인류의 처음과 닿는다. 갑작스럽게, 이브, 아담, 사탄이 등장하고 뱀도 나온다. 솔직히 이거 뭐지?, 했다. 억지스럽게 이브, 아담 타령만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너무 갖다 붙였다. 자신의 소설에 이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나? 테드 창처럼 깔끔한 마무리는 어려웠는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이야기. 루즈한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좋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용서할 수 없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지. 다시 그 책이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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