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웠다. 요즘은 유난히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몸에 땀이 나는 그런 날들이었다. ‘낙원’을 읽었다. 이 더운 날에 ‘모방범’의 반만 해줘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오싹. 새벽에 읽었는데 무서웠다. 누군가의 약점을 알았을 때, 그것을 갖고 협박하는 인간의 몰염치함과 뻔뻔스러움, 그리고 악랄한 사건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검은 세력… 시게코가 사건의 핵심에 다가갈수록, 그것의 전말이 드러날 때 내가 느꼈던 경악스러움은, 오싹함, 그 자체였다. 인간이란 이리도 무서운 것이었나. 인간이란 이리도 악랄한 것이었나. ‘모방범’의 후속작격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모방범’에서 시게코가 얻었던 그 상처들이 치유되는 그것을 보며 그것을 알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슴 찡한 결말. 가슴을 꽉 채우는 그 찡함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라 놀랐다. 미야베 미야베, 정말 대단하다. ‘낙원’을 보는 동안 덥다는 생각을 못했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유난히 놀랐을 정도로 오싹했다. 그러면서 가슴을 꽉 채우는 그 결말이라니! 아름답다. ‘낙원’은 아름다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