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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데 요즘은 거의 리뷰를 쓰지 않고 있다. 가끔 몰아서 쓰는 정도다. 게을러서 그런 것 같다. 오늘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써야겠다. '사이더 하우스' 때문에라도 써야겠다. 이런 격한 감동을 오랜만에 느꼈는데 안 쓰고 넘어간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내가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써보련다.
맛깔스러운 사과가 크게 담겨진 표지를 보고서는, 그냥 귀여운 성장소설이겠거니 했다. 존 어빙의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기대만 갖고 봤는데, 오 마이 갓.
호머, 그는 고아원에서 자라났다.
그 고아원은 특이한 곳이었다. 낙태를 시켜주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호머는 그곳에서 의학을 배우지만 낙태에는 반대한다. 그리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서 사랑을 하고 친구를 만난다.
그 사이에도 불쌍한 여성들은 고아원을 비밀리에 찾아오고,
호머를 좋아했던 멜로니는 호머를 찾아 세상을 떠돌고,
호머의 스승은 호머가 돌아오는 순간을 위해 작업을 한다.
시간이 흐른다. 호머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고아원에 올 일이 생긴다. 낙태를 시키지는 않는다.
또 시간이 흘러 호머는 고아원에 와야 할 일이 생기지만 오지 못한다. 누군가의 삶을 위해, 행복한 삶을 위해 직접 낙태를 해줘야 한다. 할 수 있을까.
나는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편지를 읽는 순간, 편지가 사라지면서 세상에 바람이 크게 몰아치는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모든 것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성스러운 그림을 마주볼 때와 같은 그런 감동이었다.
나는 '사이더 하우스'를 보면서 그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감동스러운 파도가 내 몸을 훑고 지나간 느낌이다. 정말, 감동,이었다.
세상에 좋은 책들이 많다. 감동적인 소설도 많다. 나는 이 순간 '사이더 하우스'를 그 중에 하나로 넣겠다. '사이더 하우스'를 넣지 않는다면, 나는 파렴치한일 것이다. 이런 허튼 소리를 할 만큼, '사이더 하우스'는 대단했다.
아직도 그 강렬함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