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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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읽으면서 난 상상해봤다. 내가 그렇게 된다면, 나도 그렇게 될까? 갑작스러운 실직, 그리고 여행.

김동영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국으로 떠난 그 남자의 마음은 아팠다.

그곳에서 김동영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한다. 새로운 문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아름답다. 그런 모든 단계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진도 예쁘지만 내가 반한 것은 바로 그런 글들이었다.

그 아름다움의 끝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
괜찮다, 다 괜찮다. 인생은 그런 거야. 나아갈 수 있는 거야.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은 글, 그리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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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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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던 그 사람. 그 사람이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얼음꽃’을 보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아내, 그녀는 예쁘다. 도도하다. 뭐 부끄러운 게 없는 사람이다. 단점이 있다면 하나,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것. 그래도 잘 살려고 하는데 날아온 의문의 전화. 네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그 말. 여자는 급격하게 흥분하고 기어이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다.


완벽한 구성이 돋보인다.
완전 범죄에 도전하는 어느 이야기도 내 마음을 끌었다.
권선징악 구도로 흘러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법한데, 그래도 이만한 소설 건져서 다행이다.


후.. 오랜만에 썩 괜찮은 소설을 본 것 같아 흡족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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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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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로드’를 읽고 퓰리처상 수상작들을 검색해보다가 놀랐었다. 워낙에 쟁쟁한 소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이나 콩쿠르상, 아쿠타가와상, 부커상 정도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앵무새 죽이기’, ‘노인과 바다’ 등이 그 상을 받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수상작 리스트의 최상단에는 2008년 수상작이 있었다.
국내 미출간작이었다.
그 책이 언제나 나오려나 하며 기다리는데, 마침내 나오고 말았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단숨에 읽어버렸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이 왜 그 상을 받았는지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이 소설이 그 상을 받아야 할 이유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절대적이었다. 이 소설의 근간에 흐르는 에너지는 그랬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건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맞겠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 역사를 품은 채,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이 보여지는 것과 모든 것이 사라지는 듯 하다가 다시 모아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흔적을 더듬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분께 미안하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래도 소설을 읽고 난 느낌을 쓸 수는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처음으로 고백을 받은 것처럼 가슴이 벅찼고,
첫 키스를 한 것 같이 온몸이 얼얼했다.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가 귀언저리에서 들렸다.
그리고 이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소설 읽고 뭐 이리 흥분하는가 싶겠지만, 나는 그랬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좋은 소설을 만났기에 행복하다. 조금 많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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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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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편지’에서 조선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 관심사였기 때문에, 더욱이 이 책의 작가가 정민이기에 나는 책 속에 들어가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착각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단지 조선의 풍경을 담은 책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것이 있었다. 시대를 넘어서는 아버지의 사랑, 즉 부성애였다.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10명의 선비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답게 조선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들이 유배 생활을 이야기하거나 자식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지시하거나 당부하는 모습에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체계 그리고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정민의 글이니 그 세밀하면서도 생생한, 그리고 쉬운 묘사는 당연한 일. 이 책은 조선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열쇠로써 그 역할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것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 ‘아버지의 편지’는 앞서 말한 대로 찡한 부성애를 담아냈다. 자식을 걱정하는 글 하나하나는 내 마음을 이리 저리 흔들었다. 이 편지를 받은 자식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버지의 호된 질타가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듬직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놀랐다. 조선인들의 편지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내 가슴까지 와 닿는다는 건 솔직히 의외였다. 그만큼 아버지들의 자식사랑이 잘 표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에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책들은 정보전달을 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편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책들과 차별되는 것이 있다. 감동을 준다는 것, 조선인들을 살아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줬다는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앞으로 웬만한 조선 관련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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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비밀 - 로마 제국은 병사들이 만들었다
배은숙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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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비밀’은 대담하게도 로마가 ‘제국’이 된 이유를 ‘병사’에서 찾고 있다. 왜 그런 것인가? ‘로마인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로마인들은 언제라도 군대를 조직해야 했다. 그들은 당장에라도 적이 침공한다면 공화정이든 왕정이든 간에 전쟁체제로 변화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군인이었다.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 같은 영웅들이 아니라, 그들을 더 빛나게 해주는 이들이 있어야만 했다.

 
‘강대국의 비밀’은 그 과정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로마인으로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적이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어떤 과정으로 무기를 들고 대열을 정비하며 지도자를 따랐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훈련 방법은 물론이고 그들의 특성과 같은 것들까지 정말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런 뒤에 그것이 로마를 어떻게 강대국으로 만들었는지를 여러 가지 논거로 언급하는데, 그 과정이 꽤 치밀하며 진지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과연 이 책을 본 다음에 저자의 말에 반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처럼 새로운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있는 로마에 대한 지식을 많이 수정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책들은 그 다양함 속에서 흥미 위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짙었는데 ‘강대국의 비밀’은 정통을 택했다. 카이사르와 같은 유명인을 앞장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했으면 사람들이 좋아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했다. 

 
사실이 그렇다 할지라도 대중에게 잘 보이는 소재와 섞어서 썼을 수도 있었을텐데 정통으로 '병사'만을 언급했다. 역사를 욕되게 하기 싫었던 것인가? 그 용기에 박수를 주고 싶다. 또한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꼼꼼하게 자료 조사를 한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것도 박수를 주고 싶다. 덕분에 책을 읽는 과정은 대단히 즐거웠다.

 
궁금해진다. 지금 사람들에게 “로마가 강대국이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그들은 무엇을 이야기할까? 자원? 지역적인 이점? 발달된 문명? 뛰어난 지도자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이 책을 권하겠다. 로마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강대국의 비밀’, 로마를 언급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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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 순례중이예요. 까탈님 리뷰는 항상 혹하게 한다니까요.^^
대박 적립금 들어오면 이 책 사볼까요?ㅎㅎㅎ

오월의시 2009-01-31 01: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녕하세요. 이 책 좋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순오기님,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