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작년 가을, ‘로드’를 읽고 퓰리처상 수상작들을 검색해보다가 놀랐었다. 워낙에 쟁쟁한 소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이나 콩쿠르상, 아쿠타가와상, 부커상 정도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앵무새 죽이기’, ‘노인과 바다’ 등이 그 상을 받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수상작 리스트의 최상단에는 2008년 수상작이 있었다.
국내 미출간작이었다.
그 책이 언제나 나오려나 하며 기다리는데, 마침내 나오고 말았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단숨에 읽어버렸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이 왜 그 상을 받았는지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이 소설이 그 상을 받아야 할 이유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절대적이었다. 이 소설의 근간에 흐르는 에너지는 그랬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건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것이 맞겠다.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 역사를 품은 채,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이 보여지는 것과 모든 것이 사라지는 듯 하다가 다시 모아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흔적을 더듬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의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분께 미안하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래도 소설을 읽고 난 느낌을 쓸 수는 있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처음으로 고백을 받은 것처럼 가슴이 벅찼고,
첫 키스를 한 것 같이 온몸이 얼얼했다. 콩닥콩닥 심장 뛰는 소리가 귀언저리에서 들렸다.
그리고 이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소설 읽고 뭐 이리 흥분하는가 싶겠지만, 나는 그랬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좋은 소설을 만났기에 행복하다. 조금 많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