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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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자살가게’다. 사람들의 자살을 도와주는 가게다. 세상에 별의별 것을 파는 가게가 많다지만 이런 가게는 처음이다. 장 퇼레-쓰기도 어려운 이름-가 기발하고 참신한 것을 알려주는 것. 어쨌거나 ‘자살가게’라는 것이 있었다.

이 소설은 황당하게 만든다. 자살하게 도와준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자살하게 도와주는 방법을 재밌게 설명한 것도 황당하다. 더 황당한 것은 이 가게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가족 중에서 그것과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웃는 아이의 등장. 자살하려고 온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미소 한번 쓰윽. 가게의 주인은 이 아들을 멀리 보내고 고생을 시켜보려고 하지만 아들은 다시 웃으며 등장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조짐인데, 역시나 그렇다. 가게가 바뀌고 만다.

참신하게 시작했지만 끝에는 좀 상투적이기는 하다. 그래도 재밌게 봤다. 자살하는 방법을 도와주는 것이 웃겼고 누나의 키스에 따른 사연이 주는 묘한 반전도 재밌었다. 읽고 나서 감동하거나 그런 건 없지만, 읽는 동안 즐겁다는 생각을, 살짝 킥킥거리게 만들게도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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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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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시리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괜찮은 내용이 많다. 그 강연에 정말 가봤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아쉬움을 책에서 달래보는데, 이 책에서 가장 나를 매혹적인 건 진중권이다.

진중권은 자존심을 ‘자기에 대한 존중감’으로 말한다. “내가 이런 지위인데, 어디에 가서 이런 대접을 못 받았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한다.”와 같은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위 등으로 따지는 것과는 상이하게 다른 것이다. 이것에 따르면 ‘자존심 상했다’는 표현도 달라진다. 그는 세미나에서 교수가 틀린 것을 학생이 지적하는 상황으로 예를 든다. 교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을 다른 방법-너 복장이 왜 그래?-등으로 공격하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학생에게 지적당한 것이 자존심 상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면 어떨까? 두 가지의 경우 중 교수가 자존심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어느 것일까? 후자가 아닐까? 전자의 경우 학생 앞에서 자존심 세우려고 했지만 그 마음이 어떨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진중권이 말하는 자존심은, 강조했듯이 자기에 대한 존중감이다. 이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는 것이 그의 말이다. 작은 일에도 핏대를 세우며 흥분하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말이다. 나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고미숙과 박노자의, 박지원에 대한 내용도 재밌다. 청나라에서 배울 것, 허점을 알아보던 박지원. 요즘 시대에 박지원의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존심을 지키는 것에 대한 말은 강연을 듣듯이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대단한 만족감, 커다란 포만감! 믿음은 배신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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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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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를 누르고 상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뭔지 궁금했다. 도대체 뭐길래? 친구의 책상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냉큼 빌려본 건 불과 며칠 전, 그래서 봤는데, 뭐야 이건! 하는 소리가 나오고 마는 건 너무 정형화된 탓일 것이다. 강건하던 사람과의 이별. 여기서 할아버지가 그렇다. 상실감이 오는 건 당연한 일. ‘리버보이’는 강을 배경으로 그것을 잘 그려내려고 했는데, 지루했다. ‘강’이라는 건 너무 많이 나오는 은유. 이별 또한 그렇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하지만 이건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글 쓴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궁금해서 열심히 들여다본 시간이 좀 그렇다. 조용하다기보다는 너무 무난한 것 같은, 특징없음.

얼마 전에 청소년소설 ‘구덩이’를 봤다. 어쩌면 이렇게 비교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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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사계절 1318 문고 43
임태희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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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임태희’라는 청소년 작가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나온 시간에 비해 작품을 많이 내서 그런 것인가? 그것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작품들 하나하나에 스며든 문제의식이 진지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세상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상상했던 이상으로 높은 지점에서 말을 건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는 여고생의 몸을 자신 것처럼 다루려는 변태 선생은 기본이고 근친상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척오빠, 술을 먹었다는 핑계로 가족을 패는 아버지, 자식을 제 눈으로 보지 못하는 무당 엄마, 아저씨와 관계를 맺으려는 고등학생 친구가 나타나 아픈 말들을 던져두고 있다. ‘아바타’의 등장도 있다.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의 주인공은 ‘아바타’라는 단어에 숨을 멎는다. 여기에서 그녀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자신은 시스템의 아바타가 아닐까? 세상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생각이다. 가슴을 저리게 하는 그런 생각.

책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너무 ‘센’ 이야기가 많았다. 종이에 손을 베는 듯 한 그런 날카로운 아픔이 내 속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손을 놓지 않았던 건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가 재밌기도 하지만 그 문제의식을 적극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모른다면, 책 속의 그녀들처럼 아파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청소년에게 선뜻 건네줄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청소년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 아픔 때문에 술술 읽히는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험하지만 거부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본 느낌이라고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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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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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라는 전문가들의 해설을 보고 기가 막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영화나 문학, 예술을 막론하고 모두 그렇다. 점 하나 달랑 찍혀있는데 세상의 시작을 표현했다며 대단한 예술적 영감을 드러냈다고 하는가 하면 고장 난 변기뚜껑 하나 있는데 현대인들의 허전한 마음을 잘 표현한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하는 말들을 하는 그들. 아! 정말 기가 막히고 속이 아프다. 정말 너희들 뭐니?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를 알게 된 건 신문의 서평 때문이었다. 그들을 통쾌하게 풍자하는 책이 나왔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가 보게 됐다. 보고 난 심정? 내 마음을 화끈하게 풀어줬다는 것! 왜 이런 책이 지금에야 나온 거니?

이 책은 아주 적극적으로 현대 예술을 비판한다. 처음에는 그 평론가들이 대상이다. 그들의 말도 안 되는 해설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고 있는데 왜 그리 속이 시원한지! 그런데 이 책은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 지까지 알려줬는데 그것을 알았을 때 놀라고 말았다. 예술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하나의 돈벌이에 불과했기에 서로 끼리끼리 뭉쳐서 서로를 챙겨주는 것이었다. ‘예술’이라고 찬미했던 것도 결국 그들의 장삿속에 놀아났다는 것... 예술산업과 그것을 챙기는 예술마피아들! 우스운 일이다. 그것을 모르고 예술을 아름답다고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행이다. 이 책 덕분에 알았다. 이 책을 좀 더 빨리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제라도 나온 것이 어디인가 싶다.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 예술마피아들을 향해 분노하고 그들의 어리석음을 한껏 비웃어줬으면 좋겠다. 진짜 예술을 위해서! 이 책을 보고 난 다음 충분히 그렇게 될 것 같다. 스타트 라인.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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