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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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타인의 어느 행동을 보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한다면, 그것은 타인의 행동에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일까? 학술적인 말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경험으로 본다면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상한 존재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한다. 자신이 인정하고 싶은 것만 인정하려고 것도 있다. 실체를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자는? 내가 인정하지 않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어떨까?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을 들려주고 있다. ‘내 안의 낯선 나’에 관한 것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발견한 내 모습에 놀라고 마는 그런 모습.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그 모습들을 부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조차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래야만, 진정한 나를 찾고 그래서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볼 내용이 분명하다.

‘융 심리학’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인 줄 알고 겁먹고 볼까 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혔다. 쉽기도 하고, 제법 재미도 있다. 그래도 모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이런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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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즈 -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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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의 작가상에서 평작 수준의 재미를 본지라 올해 작품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걸프렌즈’를 보고 난 후, 할 말이 없어졌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을 수 있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여운이 없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한 남자를 둘러싼 세 여자. 그녀들이 모두 친구가 되고, 그래서 ‘걸프렌즈’가 튀어나온다는데… 그 주제야 윤리적인 관점에서 어찌됐든 간에 나는 그것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없다. 하고 싶은 말은, 작가가 공감대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는 그것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지금 소설을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걸프렌즈’는 그런 일이 없다. 막 나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뿐, 소설다운 맛에 취해보지 못했다. 시트콤 본 느낌 정도? 뭐 그 정도도 재미가 있다면 있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문제는 그런 내용을 굳이 책에서 보려고 책을 펴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TV를 보고 말 테니까.

개성의 부재도 문제다. 개성이 없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 자주 들었던 이야기들.

약력을 보니 신인인 것 같다. 어쨌든 큰 상 받고 소설가 된 것 같으니 명성에 맞게 분투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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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 - 평범한 직딩의 밥보다 좋은 여행 이야기
조은정 지음 / 팜파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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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제목에 끌렸다.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 여행! 제목만 보면 얼마나 멋진가! 고민 없이 책을 구입했고 곧바로 읽었다. 소감? 99페이지까지는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패스해도 될 내용이다. 여행의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고 볼 부분은 100페이지부터다. 짧은 시간을 이용해 푸켓이나 뉴욕, 뉴질랜드 등에 다녀올 수 있는 스킬을 알려주고 있는데 내공이 제법이다.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주말여행! 그래, 이거야!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괜찮은 책이다. 직장인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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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월의시 2007-07-22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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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신화’가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 흐릿한 기억을 헤치며,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봤다. 읽은 소감? 기대가 커서 그런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바리데기 신화를 현실에 접목시킨 것은 좋았지만, 너무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황석영만의 생각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 보면 황석영은 한겨레 최재봉 기자에게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두고 “이 작품은 이미 발표된 ‘손님’, ‘심청, 연꽃의 길’과 더불어 필자가 밝혔던 대로 우리네 형식과 서사에 현재의 세계가 마주친 현실을 담아낸 작업”이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나는 별표 넷을 줄 것인데, 이유인즉, 이 책의 내용은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말한다는 것! 요즘 작가들 중에 그런 작가 있을까?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을 떠올려보니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북한 언어의 대화체로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는 황석영 뿐이다.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소설로 쓸 수 있는 것도 황석영뿐이다.

나는 ‘바리데기’의 훌륭한 점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적으로는 ‘심청, 연꽃의 길’보다 크게 나아진 점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것이라고 정리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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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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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소설을 펼쳐봤을 때, 머리가 어지러웠다. 땡볕 아래서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보다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폭풍에 몸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이런 문장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읽었다. 숨을 참아가며 읽었다. 눈을 떼고 싶어도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던 것이 바로 ‘남한산성’이었다.

항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항전해야 하는가. 청나라가 쳐들어와서 조선은, 정확히 말하면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남한산성에 갇혔다. 이미 패전이 결정된 상황. 명분만이 남았다. 최명길은 항복하자고 주장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백성이 산다는 것이다. 김상헌은 싸우자고 말한다. 현실의식은 없지만 그래도 꼿꼿한 자존심을 보전하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소설 속에서 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내가 얻어낸 것은, 현기증뿐이다.

정말 ‘남한산성’은 환상적인 소설이다. 김훈이 소설을 잘 쓴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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