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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능선에 서면
남난희 지음 / 수문출판사 / 1990년 2월
평점 :
품절
사실 여자라는 이유때문에 못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남난희씨는 그런 면에서 나보다 용감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그녀는 단독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속을 뚫고 말이다.
이 책은 참 순수하다. 여러사람의 주민번호가 그대로 적혀있고 80년대의 안보분위기가 깊은 산골에서도 사람을 감시하게 했었고 순박한 사람들이 늘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그렇치만 한때 시간과 금전이 허락하면 산을 향했던 적이있었다. 일기형식의 이책에서도 공감하는봐 지만 산에서는 공동된 체험이 사람을 기다린다.
그 체험은 사람은 자연속에 완전히 동화될수 없다는 점, 고된 산행을 하면서 드는 갖가지 생각과 후회, 자신의 의미와 무의미사이에 갈등,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독립, 야영을 하면서 드는 상념과 몇번씩의 마디잠과 예민해지는 오감, 다른 시간의 패턴 그리고 관망의 산과 산속의 산이 틀리다는.. 그런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고된 산행을 의문하고 다시 힘을 내고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왜 그 고된 일을 하게 되었나.. 내가 걸었던 길이 그녀의 길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고 쉬운길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연약한 마음과 상처을 위해 굳은살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지금껏 보고 들은, 겪었던 것은 무의미하고 마음에 전혀 결을 만들지 못하고 상처로만 있었고 자신의 온전한 역사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그 역사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말이 없고 누구든지 받아들이는 산에서 말이다. 산은 두가지 면에서 굳은살을 만드는 훌륭한 장소이다. 산속에서는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고 그 끝에 관망은 위로와 시와 노래를 준다. 사람에 대해 격리시키고 다시 사람을 그리게 한다. 독립시키고 인연을 맺게한다.
이렇게 두가지 반대의 모습에서 산을 걸으면서 생기는 무늬와 낮가림으로 사람에게 분리된 사람에게 인연을 주고 자신과 비슷한, 그리고 아픔을 아는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훌륭한 선생이고 주선자이다. 산행은 저자가 말하듯 고문, 죽음, 고통을 연상시킨다. 삶의 대리체험으로 풍부한 수사학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특성으로 삶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며 산다. 사람이 아닌 산에서 그런 것을 찾는 지은이가 왠지 나와 같은 분류일까 생각해 봤다. 저자가 말하듯 사람과 함께 산을 가고 살고 싶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