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선배중 하나가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 결국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어 유학까지 다녀오고 영화판에 전전했는데..최근소식은 잘 듣지 못해 모르지만 영화와는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당시 선배는 교회에서 영화제를 열고 재밌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영화대신 이름좀 알려지고 평론가들한테 별좀 딴 영화를 보여주곤 했다.
그래서 그럴까...한동안 나도 영화를 자주보고 책도 사보면서 영화와 친해지려 했다. 전함포템킨이나 분노의 주먹등 보지도못하고 재미도없는 영화를 동경한 것도 그당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사설이 상당히 긴데..후로 솔직해 지자라는 마음으로 단순하고 터지고 재미있는 영화만 일부러 봤다. 그러다 최근에 더이상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예술영화든지 무슨영화든지 괜찮은 영화를 찾아다녀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생각해 보면 그시절로 인해 영화보는 연습을 많이 했던것 같다. 참고 인내하면서 영화보는 훈련..그리고 잠시라도 그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의문을 품는 것..
이런 과정중에 비디오 가게에서 주말에 빌려 본것이 <자연의 아이들>이란 영화다.
아이들이 제목에 나와 유년시절을 다룬것이 아니라 노년시절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 이상히도 노년과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가 머리속에 오래 남는 것이 그 동안의 행적이었다.
줄거리도 단순하다. 양을 팔고 개를 죽이고 딸에 집에 갔지만 냉대를 받다 양로원에서 고향친구를 만나 고향으로 돌아가는..그런 줄거리이다.
영화는 상당히 침묵하고 조용하다. 그리고 급격하게 변하는 것도 없고 후반들어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이 삽입된다. 아들이 없는데 있다고 믿고 갑자기 죽는노인, 도로옆 차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 갑자기 차가 사라지는 장면, 포스터에 보이는 유령과 엔딩장면에 사라지는 장면은 감독이 인생의 각 장면을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향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범상치 않는 풍광은 아이슬란드라고 하는데 상당히 인상이 깊었고 그안에 사람이 들어서자 도시에서는 발견할수 없는 인간의 한정됨이 새삼느겼졌고 고향친구를 묻어주는 장면에서는 아..저렇게 사람은 살다죽는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런 죽음... 새삼 삶의 끝에서 관찰되는 지금의 시간은 그렇게 절망적이지도 엄숙하지도 않지만 군살을 제거하는 시선으로도 느겼다.
자연과 삶과 죽음은 영화에서 나오는 그 멋진 풍광처럼 아득하고 자연스럽고 스쳐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