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만 고바디감독의 전영화 <취한말들을 위한 시간>을 보지 못해 아쉬었는데 이번에 개봉된 <거북이도 난다>가 개봉되어 내심 꼭 보리라 다짐을 했었다. 아는 몇사람에게 토요일날 보자고 했더니 대부분 토요일에는 약속이 잡혀 있었고 시간이 있어도 이란영화라는 점과 내용의 무게감때문에 한사코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이라크와 터기의 국경접경지대에는 쿠르드족의 난민촌이 이 영화의 배경이다. 그 마을에는 <위성>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다. <위성> 위성안테나를 구해 뉴스도 나오게 하고 아이들을 인솔해 포탄껍데기를 쌓고 나르는 일도 하고 미국이 매설한 지레를 제거하는 일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마을에 <아그린>이 들어온다. <아그린>은 전쟁중에 부모를 잃고 군인들에게 집단윤간을 당해 큰 상처와 앞이 안보이는 아기를 갖은 소녀다. 그 오빠는 두팔을 잃었고 예언하는 능력이 있다.

<위성>은 <아그린>을 처음보는 순간 반하게 되어 <아그린>을 쫒아 다니고 잘 보살필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지레를 제거하는 아이들,, 그 일거리 마저 부족해 일거리를 찾아다니고 또 그 아이들중 상당부분 팔이나 다리를 잃은 아이가 많다.

삭막한 자연과 도무지 개선의 여지가 안보이는 난민의 생활중 <아그린>은 자주 죽음을 꿈꾼다. 하지만 <아그린>에게 앞이 안보이는 아기는 사랑과 증오의 이중적 모습일수 밖에 없다. 아기의 눈에 좋다는 <빨간 물고기>를 <위성>은 구할수 없지만 대신 거북이를 구해 <아그린>을 위로하지만 <아그린>은 아기를 안개가 몰아치는 곳에 묶어 두고 떠난다. 이 시점부터 보는 이는 감당할수 없는 무게와 슬픔을 스크린에서 접하게 된다.. 자꾸 마음속에서 이러면 안되는데..안되는데..되풀이 되다..결국 아기가 지레밭 한가운데어서 <위성>의 구조를 기다리는 장면까지 가면 차마 스크린을 볼수가 없다.

전쟁영화를 볼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총성한발, 작은 폭탄,지레한발이 그렇게 가슴을 치고 섬뜩하고 오싹할수가 없었다.

<아그린>과 아기의 운명이 결론지어질때 마음은 다시 한국에 사는 나에게 돌아왔다.  왠지 저들에게 미안하고 사는것이 죄책감이 들었던 까닭이다. 고작 할수 있는 것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을 향할수 밖에 없었지만 영화라는 것이 저렇게 현실을 알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돌아볼수 있게 함에 여운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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